과학기술처가 왜이러나. 6·26포항지진의 진앙지가 기상청의 당초 발표대로 먼바다속이 아니라 내륙, 그것도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양산단층대 인근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1주일이나 은폐, 직무를 유기했다. 과기처는 지진발생직후 진앙지가 경주 남동쪽 6㎞라는 사실을 한국자원연구소에서 보고받고도 『기상청에서 바다라고 했으니 그냥 모른체 하자』는 비과학적인 자세로 무사안일의 나날을 보낸 것이다. 과기처는 은폐의혹이 한국일보 3일자 지방판에 보도됐는데도 『지진은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은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의 원전시설은 규모가 7인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있다』며 해명하기에만 급급했다.그러나 날이 밝자 사정이 달라졌다. 부랴부랴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앙지발표가 잘못된 경위를 설명하고 양산단층대에 대한 정밀검사 등 향후 대책을 내놓았다. 기상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자원연구소에서 진앙지 통보를 받고도 이를 묵살하다 언론에 진앙지가 밝혀지자 「정정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기상청도 잘못을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지 않았다. 지진관측장비가 78년도에 도입한 아날로그식 2대뿐이어서 오차가 발생했다는 「면피용」이었다. 은폐의혹이 보도되지 않았다면 포항지진의 진앙지는 영원히 바로잡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원전의 방사능 유출사고라는 끔찍한 재앙은 상상하기 조차 싫다. 그러나 만일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정부기관의 도리이다. 원전 11기를 보유, 전력생산량중 원전의존율이 절반에 가까운 우리나라는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악몽을 어느나라보다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다. 과기처는 양산단층대에 대한 정밀 재검사와 함께 기상청이 제대로 지진관측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다. 현재의 장비로는 언젠가 또다시 어처구니 없는 분석으로 국가기관의 공신력에 먹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기처와 기상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자세를 가다듬어 주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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