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단층여부 규명 서둘러야/내진기준 강화도 “발등의 불”과기처의 진앙지 은폐의혹사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3일 과기처산하 한국자원연구소에 의해 양산단층대가 있는 경상분지일대가 지진다발지역으로 밝혀짐에 따라 원전 및 지진안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기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6·26포항지진의 진앙지가 경주 남동쪽 6㎞지점(북위 35.8도 동경 129.3도)의 양산단층대라고 발표, 내진 및 원자력정책에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원전이 몰려있는 경상분지 일대에서 지난해 한해동안 모두 55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정부의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양산단층지진다발=한국자원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양산단층대가 위치한 경상분지에서 발생한 55회의 지진 중 15∼20회는 월성원전 반경 20㎞이내 지역에서 터져 원전가동 중단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일대가 「지진밭」이라는 사실은 역사기록을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서울대 이기화(지질학과) 교수가 삼국사기 등 문헌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기 34∼779년 경주 일대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무려 10차례 발생했다.
문제점 및 개선방향=원전의 내진설계 기준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기준은 국내 최대의 지진으로 기록된 1936년 지리산 지진의 진동가속도 0.19g(g=중력가속도)보다 조금 높은 0.2g(규모7 지진에 해당)이다. 이 기준은 70년대 원전을 미국에서 도입했던 독재정권 시절에 정한 것인데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은 무시한채 경제발전논리를 앞세웠던 당시의 잣대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외국은 내진기준을 꾸준히 강화, 우리나라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내진설계 기준은 최대치가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0.75g나 된다. 일본도 0.34g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도 시급히 정립돼야 한다. 원자력법에는 3만5천년이내에 한번, 혹은 50만년이내에 두 번이상 움직인 흔적이 있으면 활성단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질학계에서는 2백만년전부터 쌓인 지층이 활성이라고 지적, 정부와 학계의 마찰이 잦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양산단층대에 대한 정확한 활성여부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이다.
기관별 대책=과기처는 7월 중 한국자원연구소, 원자력안전기술원, 한전 등 관계기관과 학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대책회의를 열어 양산단층대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재점검키로 했다. 단층대의 시료도 채취, 캐나다 등 외국의 지진전문기관에 보내 활성화여부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한국자원연구소를 중심으로 올해말까지 양산단층대 지역에서 굴착조사, 물리탐사, 단층생성연대측정 등 정밀조사를 벌여 내년 6월께 활동성 여부를 결론짓기로 했다.
과기처는 양산단층대가 지진활성층으로 판명날 경우 인근지역의 고리·월성원전의 내진설계기준에 대한 재평가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과기처는 이를 위해 우선 양산단층의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월성원전의 내진설계가 적절치 못할 경우 보강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국내 지진 대응기술개발을 위해 2005년까지 6백40억원을 들여 국내 지진위험지도를 작성, 활성단층연구 및 내진공학 기술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원전 부지별로 지진관측망을 설치, 24시간 지진을 감시하는 시스템도 구성할 계획이다.
기상청도 지진관측망을 확충하고 장비를 현대화, 2000년까지 전국 31곳에 관측계기를 설치하는 등 관측업무의 완전자동화를 추진키로 했다.<선년규·홍덕기 기자>선년규·홍덕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