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DA수시 입출금·결제기능과 고수익 결합/스윙서비스일정액 초과 예금 고금리상품 자동이체제4단계 금리자유화 조치로 5년반에 걸친 금리자유화의 대장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돈의 가격이 정부의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금융기관 자기 책임하에 결정되는 금리자유화는 국내 금융산업이 개발연대의 산물인 「관제금리시대」를 청산하고 완전한 시장메커니즘의 지배하에 「무한경쟁시대」로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가격 자유화는 시장경제의 전제조건이고 금융기관이 스스로 상품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발전도 도태도 없기 때문이다.
어느 은행이건 똑같던 금리가 이젠 금액과 상품,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들로선 단 0.1%포인트라도 더좋은 금리와 부대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피나는 머리싸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객 역시 그저 가까운 은행 아닌 요모조모따져 가장 유리한 금융기관과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지혜」를 터득해야 손해보지 않는다.
단기저축성예금의 금리규제해제를 골자로 한 4단계 금리자유화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금융권에 무한한 신상품개발이 가능해져 ▲은행끼리는 물론 은행-제2금융권간 대결이 본격화한다는 점이다. 금리계산방식이 은행자율에 맡겨짐에 따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 스윙(Swing)같은 고수익 「아이디어상품」이 속속 등장, 39조원대의 단기자금시장을 놓고 제2금융권과 한판승부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금융권엔 서서히, 그러나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내에선 금리·만기규제가 풀리는 표지어음 소액환매채(RP) 등으로 기존 단기자금이 몰리고, 특히 수익과 거래편의가 함께 보장되는 MMDA 시판후엔 2금융권 어음관리구좌(CMA)나 금융펀드(MMF)에서도 돈이 빠져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자유화가 장기적으론 금리인하를 가져오겠지만 단기적으론 은행간 경쟁으로 예금금리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수신담당자는 『자유화대상 예금금리를 1%포인트만 올려도 은행전체론 연 3,900억원의 수지악화가 생기며 결국 대출금리인상으로 보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규도입되는 은행금융채는 향후 1년간 총채권발행물량의 13%인 4조8,000억원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창구매출위주로 운용되더라도 간접적이나마 기존 채권시장에 물량압박을 줘 시장금리상승과 함께 신용도 낮은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조달기회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매출이 부진할 경우 은행들이 「꺾기」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는 매우 크다.
금리자유화는 금융시장개방, 칸막이철폐와 함께 「금융빅뱅」의 핵심중 핵심이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금융기관과 그렇지 못한 금융기관의 명암은 곧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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