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6개 시나리오 논의땐 관심대상 안돼/30일주자 조기결정·연기론만 팽팽한 격론/1일청와대 뜻 전달받고 한밤 비상 상집위/2일일부반대속 「전날밤의 결론」 전격발표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활동중단 결정에는 숨가쁜 막전막후 드라마가 있었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마침표는 김영삼 대통령이 찍었다.
○…1일 하오 이만섭 대표서리 임명이 있은 직후 김영삼 대통령이 정발협 지도부에 전화를 했다. 김대통령은 직무대행 체제를 원했던 이 전대표측의 요구 대신 정발협과 반이진영의 요구를 받아들인만큼 정발협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발협은 즉각 비상 상집위를 소집했다. 반론도 적잖아 격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특정주자 지지로 김심 개입 시비가 제기되면 정발협의 행보가 뒤뚱거릴 수 밖에 없고, 실익없이 시일을 끌다 보면 충격만 커질 뿐이라는 지도부의 설득이 받아들여졌다.
2일 아침에 열릴 상집위 회의 및 간부회의 뒤에 낼 발표문 문안도 이 자리에서 작성됐다. 발표문 내용은 물론, 김대통령의 전화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철저한 대외비에 부쳐졌다. 이날밤에는 또 정발협 지도부와 부산·경남지역 정발협 회원들과의 회동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정발협의 특정후보 지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2일 아침 발표문을 내기 직전 열린 간부회의에선 활동중단에 반대하는 일부 위원장들의 반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이미 나 있는 상태였다. 정발협은 2일 하오로 예정됐던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를 취소했으며, 이사회를 통해 활동중단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회원들에게 설명했다.
○…드라마의 총괄 예고편은 사실 지난달 28일의 비상 상임집행위회의에서 소개됐다. 정발협 기획팀은 후보간택의 대사치르기와 관련해 모든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를 이 회의에 상정했다. 이 시나리오에는 ▲7월2일 후보를 조기결정하는 안 ▲5일부터 시작되는 합동연설회 초반부를 지켜본 뒤 10일께 결정하는 안 ▲합동연설회 말미인 16, 17일께 결정하는 안 ▲합동연설회가 완전히 끝나는 19일 밤에 모여 결정하는 안 ▲21일 1차 투표가 끝난 직후 결정하는 안 ▲결정을 포기하고 중립을 선언하는 안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마지막 안은 당시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논의의 초점은 오히려 2일 결정안과 10일 결정안에 모아졌다.
우선 2일 결정안에 대해선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이날까지 후보를 택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힘든데다, 무리하게 후보를 세웠다가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침몰하게 되면 달리 손써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 반론의 요체였다. 자연 무게중심이 10일 결정안 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대가 만만찮았다. 이회창 대표측이 대표직을 내놓자마자 정발협 해체공세에 들어갈 게 불을 보듯 뻔한데 시간을 끌 경우 92년 경선상황이 재연되리라는 것이었다. YS가 「노심의 작용」을 이유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압박했던 상황이 되풀이되리란 우려였다. 논의는 다시 30일로 넘겨졌으나 이 자리에서도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었다.
○…청와대는 2일 정발협의 극적인 입장 선회가 김영삼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다. 청와대는 또 정발협 발족 당시부터 특정후보에 대한 공개적 지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해왔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1일 정발협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정발협이 본래의 취지대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김대통령은 어떤 목적의 당내 단체든 경선과정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발협이 후보 검증작업은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공개 지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그동안 누차 말해 왔지 않느냐』며 『그러나 정발협이 해체해야 할 만큼 해당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손태규·홍희곤 기자>손태규·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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