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어 보통화·중국문화 역사 학습열기/언론·문화·종교 등 통제땐 순풍 미지수1일 밤 홍콩의 밤하늘에는 홍콩특별행정구(SAR)의 출범을 알리는 성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수많은 주민들이 이날 밤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신들의 변화한 모습을 확인하며 불확실한 앞날을 불꽃속에 비춰보았다.
홍콩인들은 화려하고 성대한 축제를 치렀으나 SAR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는 듯하다. 1일 새벽 SAR를 이끌 행정·입법·사법부의 주요인사들의 취임선서식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홍콩특구의 앞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취임선서식은 그동안 사용돼온 영어대신 새롭게 공용어가 된 보통화(만다린)로 진행됐는데 광둥(광동)어를 상용하는 일부 인사들이 잘 알아듣지 못해 실수를 연발했다. TV로 이를 생중계하던 한 방송의 사회자는 『앞으로 만다린을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속의 홍콩주민이 된 홍콩인들은 이제 중국을 배워야만 하고 중국의 틀속에서 살아야 한다. 홍콩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처세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이에 적응해 최대의 자치를 누렸고 대륙의 강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살아남았다. 홍콩인들은 어떤 양복이라도 몸에 맞춰 입을 줄 알며 돈벌이도 잘해 상술의 귀재라는 말을 듣는다. 홍콩인들은 이제 새로운 「주인」이 된 중국에 자신들의 몸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먼저 주민들이 언어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중국 표준어인 보통화를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공무원과 교사는 물론 주부들에게까지 보통화 학습열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학원은 수강생들로 만원사례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급학교에서는 내년부터 보통화가 필수과목이 되고 사업상 중국과의 거래에서도 보통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중국 공산당사와 정치·경제체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중국을 알기 위한 정치학습에 열중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편전쟁이 침략전쟁으로, 중국은 조국으로, 중화민국은 대만으로 각각 바뀐 개정 교과서를 익혀야 하고 중국의 역사와 지리, 문화도 공부해야 한다. 이처럼 홍콩에서는 중국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홍콩에 부는 이같은 홍색바람이 마냥 순풍으로 남게될지는 미지수이다. 156년간 영국의 식민지지배를 받아온 홍콩인들은 영국식 민주주의 제도가 몸에 배어있고 자유와 자율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고 있다. 홍콩인들은 또 규제와 억압을 근본적으로 싫어한다. 때문에 만약 당국이 언론과 문화, 종교활동 등의 분야에서 구태의연한 사회주의식 통제를 강요할 경우 상당한 마찰이 일어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젊은층의 아이덴티티(정체성)에 대한 회의도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식으로 살아온 이들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중국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홍콩은 향후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누리면서 서서히 중국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중국화 속도와 폭이 어느정도가 될는지는 세계인 모두의 관심사다.<홍콩=이장훈 기자>홍콩=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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