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오욕의 그 강물 위에 성수대교가 다시 우뚝 섰다. 94년 10월21일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무너져 내린 성수대교는 사망 32명, 부상 17명의 인명피해를 냄으로써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줬다. 어디 그 뿐이던가. 성수대교의 붕괴는 온 세상에 우리 건설공사의 부실상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두 동강이 난 교량의 잔해는 한동안 외국인들의 관광거리가 되기도 해 세계적으로 자랑하던 한국건설기술의 신뢰성을 한순간에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결국은 나라 망신까지 시키는 오욕의 현장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서울시와 시민들이 그로 인해 지불한 직·간접의 재산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서울시는 통과하중을 2등급인 32.4톤에서 1등급인 43.2톤으로 높이고 규모 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교량으로 다시 건설하는데 시비 780억원을 썼다. 하루 11만대의 차량이 통행했던 성수대교가 무너져 재시공·재개통하기까지 33개월간 시민들이 다른 교량으로 우회하면서 지불한 시간낭비와 유류낭비 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돈으로 환산하면 재공사비의 12배에 가까운 9,485억원에 달한다는 분석(교통문화운동본부)까지 나와있다.
부실공사로 건설한 교량 하나가 붕괴됨으로써 우리는 그러한 교량 12개를 건설할 만한 직·간접의 재산피해를 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수대교의 오늘 재개통을 반길 수만도 없게 되는 것이다. 또 우리는 아픔의 강물 위에 다시 선 성수대교를 보면서 「부실공사는 꼭 보복하고 만다」는 그 비참한 참변이 남겨 놓은 교훈을 새삼 반추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성수대교붕괴 이후 우리 사회의 고질병과도 같은 날림부실공사 풍토와 「대강대강」 「건성건성」식의 적당주의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현동 도시가스기지폭발, 8개월 이후의 최악의 참변인 삼풍백화점붕괴 등등 부실공사와 적당주의가 초래한 재앙과 인재로 숱한 인명피해와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하물며 큰 건설공사장의 부실공사악습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공사라는 경부고속철도노선 부설공사가 생판부실로 드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판이다. 지하철공사의 끊임없는 부실시공실상, 허술한 아파트축대공사 등 도처에서 성수대교의 악령을 여전히 발견하게 된다. 정부의 「부실공사추방」정책은 말뿐이 돼버린지 오래이다. 부실공사의 원초적 요인인 공사판의 하청·재하청식의 공사부조리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사회저변에 흐르고 있는 적당주의와 설마주의풍토도 나아진 게 없다. 그만큼 당하고서도 깨달을 줄 모른대서야 어떻게 선진국진입을 코앞에 둔 나라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성수대교 붕괴참변이 남겨놓은 「부실추방의 교훈」을 새삼 되새겨야 한다. 성수대교 재개통의 날이 그 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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