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인출→급전장사→저녁 입금사채업자가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해 사채놀이를 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김성호 부장검사)는 2일 고객의 부탁을 받고 허위로 거액을 입금처리해 준 조흥은행 삼풍지점 대리 박종진(33)씨와 은행돈을 인출해 사채놀이를 한 사채업자 이신옥(34·여)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및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5월26일 이씨의 부탁을 받고 돈이 입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산단말기를 조작, 이씨의 예금계좌에 45억원이 예금된 것처럼 처리해 주는 방법으로 1월부터 지금까지 86차례 6백48억7천만원을 빌려주고 사례비로 8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씨가 은행 개점시간에 박씨에게 부탁해 자신의 계좌에 허위입금된 돈을 인출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폐점시간에 돈을 은행에 정식 입금시키는 수법으로 사채놀이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조사결과 이씨는 95년 말 비자금사건으로 사채시장의 자금융통이 어려워지자 친지는 물론 대형 사채업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까지 했으나 달려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씨의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은행에서 인출한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한편 사채규모와 피해액도 조사중이다.
검찰관계자는 『이씨가 사채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통했고 채권자들 중에는 이씨를 「제2의 장영자」로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씨가 1월께 은행에서 처음 선입금할 때는 1억원에 불과했지만 5월 들어선 2, 3일 간격으로 30억∼40억원을 마음대로 인출해 썼다』고 말했다.
이씨는 25세 때인 86년부터 사채업을 해 왔으며 꾸준한 거래로 우수고객으로 선정돼 이 은행 점포가 출장소에서 지점으로 승격될 당시 「테이프 커팅」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강릉에 호텔을 짓는 등 부동산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으며, 기사가 딸린 벤츠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남편은 모호텔 부장이며 시숙은 국회의원이다.
한편 조흥은행은 최종 피해액인 45억원을 변제받기 위해 이씨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잡았으나 다른 채권자들이 먼저 담보를 설정해 놓은 상태여서 변제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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