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도자 선택의 책임/채서일 고려대 교수·경영학(한국논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도자 선택의 책임/채서일 고려대 교수·경영학(한국논단)

입력
1997.07.03 00:00
0 0

◎집단이익·편견 버리고 올바른 가치관 지닌 고결한 성품의 지도자를 가려낼 때다요즈음은 지도자 부재의 시대이다. 풍요속의 빈곤이라던가. 지도자를 자청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진정한 지도자정신(Leadership)을 보여주면서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그런 지도자는 없다. 사회 하부조직부터 최고 지도자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지도자 부재현상은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되어 갈수록 많은 조직이 분화했고 이에 따라 많은 지도자의 위치가 생겨나서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부족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지금의 그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도자가 남다르게 갖추어야 한다고 이야기되는 자질로는 용기, 의지력, 마음의 유연성, 지식, 고결한 성품이 있다. 또한 공정성과 성실함을 통해 아랫사람으로부터 얻는 신뢰성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성품이다. 지도자라면 이 모든 성품을 고르게 갖추어야 하겠으나,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지도자는 고결한 성품을 가진 지도자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고결한 성품이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엄격한 자기관리가 가능하고 공적인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해 나감을 의미한다. 자리가 주는 권리보다 의무에 더 민감한 그런 철학을 가진 지도자의 성품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성품을 지닌 지도자는 저절로 태어나지도 않고 스스로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도 없다.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오랫동안 검증받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훌륭한 지도자가 없음을 탓하기 전에 지도자를 선택하는 우리의 기준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훌륭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지역, 내가 속한 학연, 내가 속한 소집단 등의 이익에 맞는 후보를 골라 그 자리에 세워놓는 풍토에서는 고결한 성품의 지도자가 살아남을 수 없다. 소집단들의 사사로운 이익 앞에서 훌륭한 지도자 재목들이 도태된다면 이것은 우리모두의 책임이다.

한 정치인이 공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엄청난 잘못을 했다고 하자. 우리의 분노는 그때뿐이다. 정작 다시 선거때가 되면 무슨 까닭인지 바로 그 인물이 버젓이 재선택의 영광을 누리곤 한다. 그래도 저사람이 되어야 나한테 어떤 이득이 있으리라는 계산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판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인신공격의 한심한 모습들도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풍토에 기인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 근거없는 인신공격에도 귀가 솔깃해지는 선택권자들이 있는한 정치 수준의 향상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분명한 정책 대안과 정치철학을 제시할 것을 요구할 의무와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고 지도자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스스로 최고 지도자 자리에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후보들의 용기와 의지력은 충분히 인정되고도 남음이 있다. 정국을 헤쳐나가는 변화무쌍한 모습들로 보아 유연성 역시 뒤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학식을 자랑하는 후보들이 많으니 보유한 지식의 측면도 의심할 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고결한 성품에 관해서는 아직 충분히 확인해 볼 기회가 없었다. 최고지도자에 어울리는 엄격한 자기 관리를 해왔는지,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로마시대에 이른바 「선정의 시대」가 있었다. 이 시기를 어느 역사가는 「다수 대중의 행복이 통치의 유일한 목표였던 역사상의 유일한 시대」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시대를 통치했던 철학자 왕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여기에는 최고의 자리에서도 공적인 책임앞에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지도자의 고결한 성품이 나타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선택하고 길러내야할 지도자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부하들을 많이 거느리는 황제라도 너무 거드름을 피우거나 권위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주위에서 맴돌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허세를 버리고 언제나 소박하고 선량하며 순수하고 신중하라. 정의를 사랑하고 그리고 신을 공경하라. 친절과 애정으로서, 그러나 확고하게 자기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라. 진정한 철학을 통해 배운 인간성에 도달하려는 정성을 다하라』

이제 대선준비가 본격화하면 후보들의 성품을 판별해 볼 여러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속좁은 소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나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지도자를 가려내야 한다. 스스로 뽑아놓은 지도자를 보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인적인 이익과 편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해야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