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발달로 위세 잃었지만 위험 ‘상존’인류 탄생이후 전염병이 인간의 가장 큰 사인이 되고 있다. 시대마다 전염병에 대한 병인론과 치료법은 있었으나, 대체로 효과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은 그 끔찍한 전염병을 천벌로 여겨 운명처럼 감수해 왔다.
19세기 후반에 가서야 파스퇴르와 코허 등에 의해 병원균이 전염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다. 특히 항생제가 개발된 이후 인류는 전염병 퇴치에 확신을 갖게 됐으며, 실제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의학발전에 의해서만 전염병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서구사회의 경우 병원균설의 확립과 항생제 사용 이전에 이미 많은 전염병이 없어지거나 치유됐다. 즉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의·식·주, 특히 영양상태가 개선돼 전염병은 점점 위세를 잃게 됐다.
전염병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류사에서 그 의미가 퇴색해진 것이다. 그러나 의학이 크게 발전한 현대사회에서도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규모 기근이나 사회체제의 붕괴가 전염병 대유행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내전에 휩싸인 아프리카에서 이미 확인됐다. 대기근에 시달리는 북한사회도 그런 점에서 유사하다.
북한에 기근사태가 지속돼 각종 전염병이 번질 경우 우리 사회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식량과 의약품을 보내 북한동포를 돕는 일은 동포애와 인류애의 발로일 뿐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슬기로운 일이기도 하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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