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서리’ 정발협 주장 수용 ‘이 전 대표와 거리’/‘본선 경쟁력 후보 만들기’ 고난도 게임 관측도『김영삼 대통령은 과연 누구 편을 들 것인가』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을 관통하는 최대의 의문이다. 김대통령이 2일 새 대표서리에 이만섭 고문을 지명하면서 이 의문은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되고 있다.
정치권은 누누이 엄정중립을 다짐해온 김대통령이 결정적 시점에 반드시 힘을 행사할 것이며 그 영향력 또한 결정적일 것이란 전제를 하고 있다. 평생을 승부사로 살아온 김대통령의 정치역정과 김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정치현실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청와대 안팎의 측근들은 한결같이 『김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고 말해왔다. 김대통령이 대표의 프리미엄이 얼마나 큰지 모를리 없으나 이회창 고문을 대표로 지명했을 때, 김대통령이 서석재·서청원 의원 등을 청와대로 부른뒤 공교롭게 정치발전협의회가 목소리를 낼 때 등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헷갈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이대표서리 지명으로 또 한번 경선과정을 오리무중에 빠지게 했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해외순방 이후로 이 전대표 사퇴를 늦추어 주었으나 이 전대표가 끝까지 원했던 대행체제 대신 반이회창 진영이 주장했던 서리체제를 선택했다. 특히 이대표서리가 정발협 소속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김심」은 이 전대표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추측이 나올만 하다.
이같은 「김심」을 읽는 시각은 대체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본선인 대선을 더 의식, 전략적 차원에서 팽팽하게 예선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누구도 대세를 장악하지 못한 지금의 긴장된 분위기가 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어 대선국면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둘째는 김대통령이 고난도의 게임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주례보고 등에서 이 전대표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암시를 주는 한편 정발협을 원격조정, 이 전대표를 견제하면서 다른 주자들을 고무시키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는 것이다. 이대표서리 지명도 이러한 전술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권의 한 측근은 『김대통령의 목표는 누가 되든 자신의 절대적 도움으로 후보가 되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며 『경선 끝까지 치열한 싸움이 되도록 만든뒤 미세하나마 우세한 주자에게 덤을 얹어주는 모습을 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