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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수와 만수·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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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수와 만수·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연극평)

입력
1997.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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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괴리된 ‘현실고발’오종우·이상우 작, 이상우 연출의 「칠수와 만수」. 황지우 시, 주인석 작, 김석만 연출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86년 연극계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화제가 되었던 연우무대의 대표작들이다. 두 작품이 연우 창단 20주년 기념 겸 예술의전당 우리 시대의 연극 시리즈로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두 작품 모두 연출은 그대로지만, 연기자는 「칠수와 만수」의 경우 전원이, 「새들도…」의 경우 상당수가 새롭다. 그러나 작품 내용은 공연마다 필히 바꿔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변한 게 거의 없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변화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했으리라.

그러나 정작 문제는 관객 대부분이 과거와 같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물론 작품에 대한 반응은 관객이 처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것은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교도소 공연을 통해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10년 세월에 달라진 시대상황과 인간 심성을 감안해도 그 까마득한 느낌은 정도가 심하다. 더구나 「고도를 기다리며」의 경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수많은 나라에서 갈채를 받고 있지 않은가.

과거 연우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 이 두 작품도 심각한 현실고발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본질적이기보다는 가시적 차원의 고발이다. 즉 「고도를 기다리며」는 얼핏 현실과 연계가 없어 보이는 막연하고 과장된 상황을 통해 원초적 부조리를 인식시키려는 작품이다. 따라서 가시적 현실이 달라져도 아무 지장이 없다.

이에 비해 두 작품은 어쨌든 현실에서 큰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상황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따라서 현실이 달라지면 일단은 내용도 바꿔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내용을 그대로 두고도 관객을 달라지기 전의 현실, 즉 극중 사실에 동화시켜 놓고 문제점을 의식하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주의 기법이 아닌 과장과 희화를 주조로, 관객에게 객관적 태도를 유도하는 작품에서 그것을 이루기는 어렵다. 결국 이번 연우 공연의 경우 비록 완전 개작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내용을 지금의 현실과 일치시켰어야 마땅하다. 과거의 작품을 복원한다 해도 그것이 자료적 가치만 지닌다면 큰 의미는 부여하기 어렵다. 연극은 관객이 호응할 때 비로소 그 생명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한다.<오세곤 연극평론가·가야대 연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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