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 베리샤 알바니아 대통령이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알바니아 총선에서 베리샤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민주당은 사회당 등 중도좌파연합 3당에 참패했다. 야당측의 압력에 밀려 조기총선을 수용하며 선거 패배시 사퇴 용의를 밝혔던 그에게는 정치적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결과다.92년 공산통치에 대항한 민주화의 선봉으로 국민적 염원을 가득 안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그의 몰락 과정은 「민심을 저버린 권력자」의 전형적인 말로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통령 재임 5년동안 그가 국민에게 보여준 통치는 공산정권의 독재와 다를 바 없었다. 정보정치와 권력내 부정부패, 남북지역 차별심화, 경제 실정 등은 1월 피라미드 투자사들의 도산을 계기로 국민적 저항을 불러 일으키며 급기야 유혈 내전의 무정부 상태를 초래했다. 유럽의 다국적군이 파견돼 가까스로 질서를 잡아 놓았지만 200여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한 내전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중도좌파의 총선승리로 베리샤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미 국민사이에서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또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사회당 등 반베리샤 세력도 순순히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이미 국가는 베리샤를 지지하는 북쪽지역과 반정부 남쪽지역으로 양분돼 거덜났다. 대중정치의 대가로 알려진 베리샤가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따라 알바니아 정국의 기상도도 색깔을 달리할 전망이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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