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합 전기” 이구동성/“임수경씨 부군 여기서 만나다니” 감격/공동작곡 배경음악 방송 분위기 돋워30일 상오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개막된 「한반도 평화와 화합을 위한 모임」은 시종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최근 남북한간의 미묘한 관계를 감안한 듯 회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용어 사용과 논리 전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일부 이견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최근 후퇴일로를 걸었던 남북관계가 개선 쪽으로 U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회의는 상오 9시30분 개막 예정이었으나 북한 대사관에 숙소를 정한 북한측 참석자들이 마침 내린 장대비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회의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20분 가량 지연. 북측 단장인 장재철 조선종교인협의회장은 회의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측 단장 구영록 서울대 교수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늦게 도착한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
양측 참석자들은 손을 맞잡고 『먼길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며 친밀감을 표시. 특히 일부 참석자들은 서로 남북한 지인들의 안부를 묻기도 해 남북간 대화와 경색 국면이 되풀이되는 와중에서도 꾸준히 교류의 경험이 축적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참석자들 중 홍일점인 남측의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자신을 소개하며 악수를 청하자 북측의 전영남(김일성종합대·문예창작) 교수는 『아, 반갑습니다. TV에서 많이 봤습니다』며 반색. 90년 여름 평양에서 열린 남북여성회의 때 안교수를 만났다는 김경남 사회과학원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아이고, 더 젊어졌습니다』라고 인사.
○…참석자들은 회의장 입장에 앞서 방명록 서명과 함께 남북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말을 적기도 했다. 북측 참석자들은 「조국통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마음을 합해 나감을…」(장재철 단장) 「우리의 모임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겨레의 단합을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박동근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민족의 단합은 곧 통일이다」(원동연 아태평화위 책임참사)라고 주로 남북 단합을 강조했다. 남측 인사들은 「역사로부터 배울 줄 아는 민족이 되어야」(이정복 서울대 교수) 「평화 정착의 시스템화를 위하여」(지만원 박사) 등의 말을 적었고 리금철 북한 사회과학원 연구원, 황병기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 등은 「전 민족이 단결하여 통일의 대문을 열자」고 함께 염원했다.
○…회의 시작 전후와 휴식시간에는 남측 참석자인 황병기 교수와 북측 성동춘 조선음악가동맹 중앙위 부위원장이 공동작곡한 「통일의 길」이 배경음악으로 방송돼 분위기를 돋웠다. 황교수는 90년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 통일음악회에 참석했다가 성 부위원장과 밤새워 이 노래를 공동 작곡, 회의 마지막 날 두 사람이 합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휴식시간에 참석자들은 회의 주제가 아닌 개인적인 일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특히 북한측 참석자들은 한국일보 취재기자 중 최진환 기자가 「통일의 꽃」 임수경씨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표시하며 임씨의 안부를 묻는 등 감회에 젖는 모습.
임씨가 방북했던 89년 당시 원산경제대 재학생으로 임씨의 북한지역 순례를 수행했던 리금철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림대표(임수경씨)의 부군을 여기서 만나다니 꿈만 같다』며 『림대표의 활동은 온 민족에 큰 충격을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회고. 그는 또 『림대표는 조선의 딸이며 민족의 딸이고 나는 그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최기자와 나는 처남매부지간인 셈』이라고 친밀감을 표시했다. 사회과학원 통일문제연구소 김경남 부소장은 『최선생은 림수경 덕분에 북조선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며 자신의 안부를 전해 달라고 부탁. 이들은 또 임씨의 근황을 잘 알고 있는듯 『아들을 낳았다는데 이름이 뭐냐』 『몇살이냐』고 관심을 보였다.
○…이날은 마침 남측 토론자로 참석한 안인해 교수가 40세를 맞는 생일이어서 양측 참석자들은 장미 40송이와 케이크로 조촐한 파티를 열어 축하. 회의를 주관한 한국일보사 박정수 특집기획국장이 상오회의 일정을 마친 뒤 『오늘은 안교수의 40세 생일』이라고 밝히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축하. 박국장은 『남북 양측으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은 것은 안교수가 단군 이래 처음』이라고 조크를 하자 장내는 한바탕 웃음바다.
○…참석자들은 상오회의가 끝난 뒤 호텔 내 한식당 「서라벌」에서 함께 점심을 들면서 우정을 나눴다. 95년 1차회의 때는 북한측 참가자들이 북한 대사관에서 별도 식사를 고집하는 바람에 「반쪽 점심」이 됐으나 이번에는 흔쾌히 점심식사에 응해 달라진 태도를 반영했다.<베이징=특별취재반>베이징=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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