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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재개통을 앞두고/강재홍 교통문제전문가(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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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재개통을 앞두고/강재홍 교통문제전문가(전문가 진단)

입력
1997.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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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건설 실명제 도입/관리 전담인원 배치 등 비극 되풀이 말아야『교량구조물은 안전하고 견고해야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도 해야 한다. 강철끈을 꼬아서 오랜 생명력을 지니고, 다리 위를 지나는 교통량으로 인한 하중과 인장력, 변덕스러운 날씨, 그리고 공중에 떠있는 도로의 신축성에 계속 견딜 수 있는 케이블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신비의 마술이라 하겠다』

오늘날 미국의 도시를 있게 한 공공건설의 선구자 로버트 모세스가 한 말이다.

성수대교 참사후 벌써 2년반이 지났으며 3일에는 성수대교가 새로 만들어져 개통된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고, 애꿎은 생명을 앗아간 아침 출근길의 붕괴사고는 모든 이에게 진한 슬픔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신뢰의 상실로 인한 배신감이 드넓은 한강물을 온통 뒤덮고, 끊어진 다리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부끄러운 모습으로 우리앞에 서 있었다. 성수대교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또 이제 우리 주위에서 부실공사는 과연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눈앞의 작은 이익에 사로 잡히고 성급함에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 보아야 겠다.

다리는 단순한 강철과 돌멩이가 아니라, 인간의 두뇌와 가슴과 기술이 합쳐진 노력의 산물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도시에서 교량은 도로교통이라는 실용성과 도시의 얼굴이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다. 맨해튼 남단의 이스트강을 가로지르는 브루클린 다리는 1883년에 완공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뉴욕은 마천루와 숲과 강변도로, 강물과 다리가 한데 어울려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운 조화를 연출한다. 이 다리들은 100년의 긴 역사를 지녔기에 당연히 그곳에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 모습 그대로 오랜 세월을 버텨줄 것으로 많은 시민들은 생각해왔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미국의 오랜 도시들에서 교량의 안전에 관한 우려가 대두됐다. 새롭고 화려한 것만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다리 밑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다리의 진동과 하중을 측정하고 철구조물의 부식상태를 점검했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은 부실시공과 설계상의 문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희생과 사회적 충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관계된 회사나 개인, 많은 관련 공무원들이 처벌이나 책임을 피해간듯 하다. 그래서 우리도 외국처럼 교량건설에 실명제를 도입하고 아치와 같은 상징물을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 즉 교량의 양쪽 입구에 건설회사와 관계자들의 이름을 적어 영구히 보존하자는 것이다. 행주대교 남해대교 서해대교처럼 짓다가 무너진 다리들도 잘못된 역사와 자세한 설명을 기록해야 한다. 기왕에 지어진 다리에 대한 보수·관리 역시 책임자와 전담인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공공구조물의 대형안전사고가 민주사회로 가는 전환기적 진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교량의 안전문제는 지난날의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도 화급한 주제라 하겠다.

다리는 우리가 쳐다보고 있는 동안에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교량에 대한 보수와 관리는 그만큼 중요한 것으로, 설령 설계의 결함이나 건설상의 하자가 다소 있더라도 적정한 조사와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리는 붕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방차원의 보수·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매년 다리를 새로 건설하는 비용의 1.5%정도를 써야 하는데, 독일과 이탈리아가 이 수준에 해당된다고 한다. 뉴욕에서는 통행료를 받는 다리가 시에서 관리하는 일반 교량에 비해 훨씬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반 교량의 경우라도 엄청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하여 관리 및 응급수리에 최우선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건설안전관리본부 소관의 교량이 16개, 그리고 경기권을 포함해서 한강을 지나는 다리가 20개 남짓한 걸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교량의 숫자 뿐아니라 강변도로와 같은 교량구조물이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클린턴 미 대통령이 재선될때 대선후보 수락의 명연설을 통해 21세기로 향하는 다리를 만들자고 강조한 것은 다리가 갖는 또다른 상징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다리는 강과 바다를 건너는 도로의 일부분일 뿐 아니라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자랑스러운 유산이기에 튼튼하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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