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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과외와 입시제도 변경/김영식 서울대 교수(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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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과외와 입시제도 변경/김영식 서울대 교수(아침을 열며)

입력
1997.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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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과외의 엄청난 폐단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수조원에 이르는 과외비와 그에 따른 입시생 가정의 가계파탄 등으로 이제 과외는 우리의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되었고, 그 해소가 정책당국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과외를 없애야겠다는 정책당국자들의 강박관념은 오히려 부작용을 빚고 있다. 특히 대학입시제도의 변경이 그 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대학의 학생 선발정책은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입시란 것이 원래 대학교육을 받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인데도, 마치 그 일차적 목표가 과외를 없애는데 있기라도 하듯 툭하면 바꾸려 들고 있는 것이다.물론 우리 사회에서 과외의 폐단은 이제 너무나 커서 입시제도를 바꿔서 과외가 없어진다면 얼마든지 그렇게라도 할만하다. 그러나 과외는 특정한 입시제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며, 입시라는 것을 아예 없앤다면 모를까 입시제도의 변화를 통해 과외를 없앨 수는 없다. 지난 수십년간 당국은 입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요소를 과외의 주범으로 몰아 그것을 폐지하는 입시제도 변경을 되풀이해 왔지만, 그 결과 학력고사 본고사 수능 논술 등 과외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과외 자체는 더욱 가열되어 왔다. 더구나 과외를 시급히 없애겠다는 욕심에서 경과조치도 없이 시행한 졸속정책들은 학생과 학부형의 불안을 낳아 오히려 과외를 더 부추긴 면도 있다.

당국이 즐겨 추구하는 것은 이른바 「과외가 필요없는」 입학시험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리라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이다. 도대체 시험이란 것을 치르는 한, 그것에 대비해서 공부하는 것이, 더구나 학생보다 실력이 나은 사람의 지도하에 과외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없을 수 있으며, 과연 그러한 시험이 제대로 된 시험일 것인가. 「교과서 내에서만 출제」한다는 것도 단골메뉴지만 교과서 중에서 어떤 내용이 어떤 식으로 출제될 것이며 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과외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과외공부를 아무리 해도 소용없도록 일반적인 지적 능력만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노력은 무시하고 선천적 능력만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지극히 비교육적일 뿐아니라, 사실 그러한 시험에 대비한 과외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학교교육 내용의 개선으로 과외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도 지나치게 단순하다. 어차피 부모가 과외를 시키는 것은 학교 교육내용이 불만스러워서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받는 교육에 더해 자신의 자녀에게 과외로 공부를 시킴으로써 다른 수험생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반드시 과외의 효과를 믿어서 과외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키는데 자기 자녀만 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크게 작용을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과외문제는 과외를 한다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자녀에게 과외로 공부를 시켜 학교교육을 보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나쁜 것일 수 없다. 문제는 과열과외현상에서 드러나는 비합리성과 극단성에 있다. 국가적으로 사교육비가 공교육비 수준에 맞먹거나 능가하는 상황, 중산층 가장이 자녀의 과외비로 자신의 보수에 맞먹는 돈을 써야하고 이를 위해 부정도 저지르는 상황, 밤늦게 귀가해서 다음날 일찍 다시 학교에 가야할 자녀를 붙잡아 새벽시간까지 과외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 보여주는 비합리성과 극단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런 극단적 양상은 과외만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 호화 혼수, 귀성전쟁, 과열선거 등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과외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 전체가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끝도 없이 무엇이든지 하는 이같은 비합리성과 극단성을 벗어날 때에야 가능할 뿐 입시제도 변경과 같은 교육정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다. 이제 과외를 없애겠다는 성급한 생각에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혼동을 야기하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한다. 특히 교육당국은 입시제도 변경을 통해 과외문제를 해소하겠다는 헛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고 대학 입시제도를 과열과외 해소라는 엉뚱한 목표로부터 해방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과열과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대학교육을 받을 학생의 선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팽개치고 과외해소를 주된 목표로 해야 했던 대학 입시제도였던 것이다.<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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