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최고 인기작가인 최인호씨가 7월1일부터 새 연재소설 「상도」를 통해 독자 여러분을 다시 찾습니다. 한국일보 창간 40주년 기념 1억원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돼 96년 1월8일부터 1년6개월여 인기리에 연재돼온 채길순씨의 「흰옷이야기」는 30일자 499회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상도」의 연재에 앞서 최인호씨와 삽화가 이우범씨가 독자 여러분에게 드리는 포부와 각오를 싣습니다.<편집자 주> ◎작가 최인호씨/“조선 거상·자동차광 삶 통해 경제의 신철학 보여줄터” 편집자>
「사랑의 기쁨」으로 한국일보 독자들과 만났다가 헤어진 지 거의 일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헤어졌을 때가 10월의 가을이었고 이렇게 다시 만날 때는 7월의 여름입니다.
「사랑의 기쁨」이 출간되자마자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어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은 한국일보의 덕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와 같은 기쁨으로 여러분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이번에 쓰는 소설 「상도」는 7년 전부터 구상해 왔던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제목이 상징하듯 「상업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상업이라 함은 「상품을 팔아 이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뜻하는 말로 오늘날 우리들의 모든 경제활동, 비즈니스를 뜻하는 용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를 맞는 우리나라에 있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최대의 희망은 오직 경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제야말로 국경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무한경쟁의 미래에 있어 우리 민족이 반드시 깨우쳐야 할 중요한 화두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사농공상」이라 하여 상업을 가장 낮은 가치로 인식해 왔던 우리 민족은 여전히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을 「떳떳치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반드시 「화폐」가 존재하게 됩니다. 「돈(money)」이라 불리는 경제활동의 매개체는 흔히 탐욕의 대명사로 비유되어 아직도 우리는 돈을 더러운 것,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을 더러운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아직도 자본가들을 정경유착의 모리배로 혹은 검은 자금을 운용하는 착취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70, 80년대의 고도성장기 때 많은 자본들이 이러한 검은 야합에 의해서 부당한 방법으로 독점되어 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보십시오. 경제활동을 할 만한 자격이 없는 한 사람의 무리한 욕망에 의해서 온 나라가 비틀거리고 있지 않습니까. 21세기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경제에도 신철학이 생겨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제의 신철학」.
그것이 새로운 소설 「상도」를 집필하는 제 창작의 주제입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도」에 들어 자신을 깨우치는 일에 있습니다. 때문에 삼라만상이 길 아닌 길이 없으며 도 아닌 도가 없습니다.
저는 종교에만 성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우리에게 있어 성웅이시듯 상업에도 도를 이룬 성인이 반드시 태어나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 작품은 때문에 역사소설도 아니고 현대소설도 아니고 기업소설도 아닌 역사와 현대를 관통하는 일종의 「경제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중요한 한 인물이 나오는데 그의 이름은 「임상옥」이라고 합니다. 이분은 200년 전에 실재하였던 의주 상인으로 조선이 낳았던 최대의 거상이자 무역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분은 돌아가실 때 모든 재물을 사회에 환원하였고 돌아가실 무렵에는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이말의 뜻은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올바른 상업」에 눈을 떠서 바르기가 저울과 같은 「상도」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이 소설 「상도」를 오늘을 사는 모든 경제인들에게 헌정하려 합니다.
비즈니스맨 여러분, 여러분은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서 회사에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인 여러분, 여러분은 단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경제활동이야말로 노동처럼 숭고하고 종교처럼 거룩한 것입니다. 우리 조국의 미래가 밝고 어두운 것은 기업인 여러분의 철학과 윤리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설은 경제인 여러분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기분으로 써 나갈 것입니다.
처녀작을 쓰는 기분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삽화가 이우범씨/“붓끝마다 인간미 담겠다”
7월에 한국일보 독자와 다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어 매우 기쁩니다.
최인호씨의 소설 「상도」. 작가의 의도를 미리 조금 엿들었지만, 앞으로의 전개에 벌써 커다란 흥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엄청난 스케일로 이야기를 펼쳐 가려는 작가의 야망에 새삼 경의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모든 것을 충실히 그리면서 결코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방법을 택하려 합니다.
소설가는 결국 인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 인간상을 자그마한 지면에, 흑과 백으로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테크닉을 구사하여 한국일보 지면을 아름답게 장식할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서슴없는 충고와 격려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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