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하는 것만 방송한다. 규제와 금기는 없다. 꿈과 희망을 쏘아 올릴 뿐이다』 해적 케이블TV방송을 다룬 신현준, 홍경인 주연의 영화 「채널 식스나인」의 편집강령이다. 채널식스나인은 각종 규제와 상업성에 찌든 제도권방송에 반기를 들고 신세대의 편에 서 있어 목소리가 거침없고 패기만만하다. 기존 방송이 금기시 하는 언더그라운드 문화도 집중 소개, 사이버세대들의 지지를 끌어낸다.이같은 영화 속의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 바로 7월7일 낮 12시 국내 최초로 개국하는 인터넷방송국 「M2」(http://m2.didimdol.com). 무한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끝나지 않는 방송」을 추구하는 인터넷방송국이 영화와 다른 점은 해적방송이 아니라 합법적인 방송을 한다는 사실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타워빌딩 9층에 자리잡은 M2의 사장은 메가미디어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박중하(37)씨. 중앙일간지 출판국기자출신으로 인터넷 전문가인 박씨는 기존 공중파방송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M2는 방송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따로 없다. 사용자가 아무때나 접속해서 원하는 정보를 볼 수 있는 인터넷특성을 살려 공중파방송이 불가능한 24시간 종일 방송을 하기 때문이다.
프로에 대한 선택권도 시청자에게 있다. 기존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방송국이 정한 프로를 일방적으로 내보내지만 M2는 드라마, 뉴스, 음악, 다큐멘터리 등 사용자가 보고싶은 프로를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다. 시청하는 중간에 다른 프로를 원하면 마우스로 이동하면 된다.
다중방송은 기본이어서 여러 가지 프로를 한꺼번에 띄워놓는다. TV창옆에는 문서창이 함께 열려 제작에 얽힌 뒷얘기, 출연진소감 등 해당프로와 관련된 정보도 보여준다.
M2는 TV상자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인터넷방송시대를 여는 「역사적」 방송을 기념, 개국당일 「TV장례식」도 치를 계획이다. TV를 넣은 관을 메고 스튜디오를 한 바퀴 돌면서 인터넷방송의 새로운 영역을 강조하는 이벤트이다.
개막특집프로로 마련한 「디지털 창세기」는 인터넷을 통한 방송영역의 확대를 예고하고 기존 공중파방송의 인터넷전략과 미래 등을 진단한다. 간판프로는 사이버세계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다룬 드라마 「선과 악의 미소」와 릴레이 다큐멘터리 「서울 24시」를 꼽을 수 있다. 「선과 악의 미소」는 순수 아마추어들인 서울예전 방송연예학과 학생들이 만들었다.
「서울 24시」는 도시인들의 삶의 현장을 조명하는 연속 취재물. 연속극처럼 이야기가 매주 이어진다. 첫회는 서울시 한복판에서 좌판 행상을 하는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을 그린 「노란머리 좌판행상」.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계획이다.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넷스케이프사 마크 앤드리슨 부사장의 방한 취재기, 영화가 그린 미래사회 등 야심찬 기획물도 준비해놓고 있다.
M2의 프로그램 계획은 공중파 방송못지 않게 거창하지만 사용장비는 간단하다. 가정용비디오카메라와 VCR, TV, 20대의 PC가 전부이다. 제작진들은 그래서 M2를 저예산 독립방송이라고 부른다.
제작진도 단출하다. 10명의 젊은이가 기획부터 취재, 편집, 방송, 소프트웨어개발까지 전과정을 담당한다. 그러나 방송국장격인 윤지상(32) 총감독은 『M2제작진이 독특한 경력덕분에 일당백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자부한다.
사장뿐아니라 총감독과 3명의 PD도 모두 기자출신이다. 비디오게임 및 인터넷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와 미국의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즈의 캐릭터디자이너로 활동한 디자이너 등 감각적인 젊은이들도 포진해 있다.
윤감독은 『기존의 TV방송이 다루지 않는 사이버문화를 집중조명하겠다』며 『덩치는 작아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인터넷의 최첨단기술을 집약, 앞서가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외국의 인터넷 방송/사이버문화·24시간뉴스 등 전문성으로 승부
인터넷 전문방송국은 외국에서도 그리 흔치 않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컴퓨터관련 잡지사나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된다. 컴퓨터 관련 종사자와 방송전문가들로 구성된 소규모 두뇌집단이 인터넷 환경에 쉽게 적응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방송국 「퍼스트TV」(www.first-tv.com). 컴퓨터전문지를 운영하는 CMP미디어사 소속으로 뉴스, 인터넷 소식을 전해주는 「넷가이드」, 사이버문화를 다루는 「퍼스트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온라인 서비스의 모범으로 꼽히는 「CNET-TV」(www.cnet.com)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컴퓨터업체들의 합작으로 컴퓨터관련 소식과 인터넷 명사컬럼 등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공중파방송인 NBC와 MS가 공동설립한 「MSNBC」(www.msnbc.com)는 뉴스전문의 인터넷방송국. 첨단기술을 소개하는 사이테크, 대중문화, 스포츠 뉴스 등을 전하고 있다.
「ABC뉴스」(www.abcnews.com)는 MSNBC에 대항해 넷스케이프와 ABC방송국이 세운 합작회사로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보도전문 방송이다.
일본 소프트방크사가 미국에 세운 「ZDTV」(www.zdtv.com)는 98년 개국을 목표로 준비중인데 케이블TV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TV와 인터넷전문가 30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방송국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전용스튜디오가 있다.
일본의 인터넷 방송국인 「웹비전」(www.w-vision.com)은 지난해 11월 개국했으며 미국에도 인터넷방송을 위한 서비스업체를 설립했다. 장편만화영화를 20분씩 연속극처럼 보여줘 애니메이션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최연진 기자·wolfpack@nuri.net>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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