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0여개 대학 2,000여명 참가신청농활, 공활, 빈활에 이어 이제는 「환활」이다.
환활은 환경현장활동의 줄임말. 일제 강점기때부터 유구한 뿌리를 갖고 있는 농촌봉사활동과 80년대 이후 열악한 기층민의 삶을 함께 하고자했던 공장·빈민활동에 이어 최근 환경문제가 대학생들의 새로운 활동영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방학에 처음 조직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환활은 불과 1년만인 올해 무려 40여개 대학에서 2,000여명의 학생이 참가의사를 보일만큼 「급성장」, 농활에 버금가는 대규모 방학중 학생활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30일부터 출발하는 환활팀의 목적지는 영광, 울진, 월성 등 원전지역과 남양주와 가야산의 골프장 건설지역, 포천의 병원쓰레기적출물 소각장건립지역 등. 「환경파괴와 개발」의 문제를 놓고 지역주민과 정부, 대기업간에 첨예한 대립이 빚어지고 있는 곳들이다.
그러나 환활은 단지 환경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상이 환경의 「문제」지역이긴 하지만 대개 농민들의 삶의 현장이기 때문에 7박8일의 일정중 5∼6일은 논밭에서 주민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린다. 도착 첫날 주민과 함께 발대식을 갖는 것부터 분반활동과 마지막날 마을잔치를 벌이는 것까지 농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가을추수기에 여름농활때 정들었던 농민들의 초청을 받아 수확의 즐거움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유대감은 환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포천지역으로 환활을 떠났던 연세대학생회는 가을 연고제때 포천지역주민들을 초청, 이지역의 명물인 「이동막걸리」를 들고 찾아온 주민들과 환경장터를 열어 끈끈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환활이 농활과 다른 점은 다만 「환경파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는 지역선정의 차이일 뿐이다. 군청항의방문 등을 통해 환경문제가 지역에 국한된 「님비현상」이 아니라는 주민들의 주장을 현장에서 체험, 확인하는 것이다.
97전국여름환경현장활동 집행위원장 김정민(24·여)씨는 『환활은 기존 농활의 틀을 뛰어넘어 학생들의 관심을 이미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른 환경문제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환경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기존 시민환경단체의 협조도 크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번에도 학생들에게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교양대회를 열어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인식시켜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환활 참가 이대 고지훈양/“원전문제 고민하러 울진가요”
『막연히 말로만 들어 알던 환경파괴가 바로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환경활동현장에 나가면 실감할 수 있어요』
이번 여름방학에 경북 울진지역으로 환활을 떠나는 이화여대 고지훈(고지훈·20·교육학과2)양은 『원전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대학보사 기자인 고양은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동료기자 20여명과 함께 원전주변 지역주민들로부터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토론과 실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름대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에너지문제해결의 단서도 찾아볼 작정이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환활에도 참여했던 고양은 『충분한 사전지식 없이 의욕만으로 골프장주변 지역을 무작정 찾아나섰다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털어놓았다. 또 샴푸 사용 등 늘상 별 생각없이 해오던 습관을 버리고 쓰레기 발생을 최대한 억제토록 하는 등의 「규칙」에 적응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고양은 이같은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미 동료학생들과 모여 원전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으는 등 탄탄한 준비를 마쳤다.
『환경활동현장에서는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깨닫지만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면 환경문제가 크게 다가 오지 않아요. 농촌활동은 농번기라는 일시적 기간에 이루어지지만 환경활동은 일상화해야 하죠』
고양은 『환경활동기간과 학교생활 사이의 단절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 게 앞으로 과제』라고 말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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