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156년,「자유·민주」로 보상돼야1997년 7월1일 0시. 바로 오늘밤 12시(한국시간 내일 새벽 1시)에 세계사는 또 하나의 변화와 발전을 기록한다. 수많은 세계인의 시선이 한지역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순간에 모아진다.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되돌아가고 서구제국주의의 아시아식민 강점시대가 마감된다. 한나라에 사회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사상초유의 일국양제 실험도 시작된다. 오늘 우리는 이 대반환이 세계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를 냉철히 주시해야 한다.
156년만에 빼앗겼던 영토를 되찾는 중국은 치욕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자존심의 회복」을 자축하는가 하면, 「거대 홍콩」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영국은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양약속의 이행」을 세계에 과시한다. 청조말 중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이긴 영국이 홍콩섬(1842년), 주룽(구룡)반도(1860년)를 할양받고 신제(신계)지역 조차(1898년)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영국통치는 이렇게 해서 오늘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중국의 홍콩, 이른바 홍콩차이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동양의 진주」가 대륙에 회귀하기에 앞서 정권교대식이 있게 되고, 자정을 고비로 양국국기들이 내려지고 게양된다. 600만 주민들은 7월1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새벽에 진주한 인민해방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신분이 영국령 「Hong Kong」시민에서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의 구민이 되었음을 실감할 것이다.
홍콩의 중국회귀의 의미는 크다. 이른바 서구 열강에 의한 식민시대의 종언이라는 세계사적 의미에서부터 일국양제라는 새로운 국가체제의 실험, 중국의 홍콩경영으로 나타날 국제사회에서의 중국 위상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이날 이후」를 주시해야 할 이유는 허다하다.
우리의 경우 건국초기부터 주요 무역대상국이었던 인연으로 오늘까지도 발길이 이어졌고, 지금도 500여 주요기업이 진출해 있는 가운데 7,000여 교민들이 살면서 대륙진출의 교두보로서, 동남아 시장확대의 전초기지로서 그 기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이런 홍콩의 앞날이 이제 중국에 맡겨졌다는 점이다. 홍콩은 개혁·개방이 한창인 중국에 현대화 관리와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이자 「교과서」와 같다. 또 홍콩은 대륙산업화의 원동력인 자금원의 구실을 하고 있다. 그래서 대륙은 홍콩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홍콩의 미래를 밝게 또는 어둡게 비쳐지게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홍콩 특유의 민주와 자유의 훼손 가능성이다. 앞으로 거침없이 유입될 대륙문물에 사회가 부패해지고 치안이 어지러워질 것도 우려의 대상이다. 홍콩사회의 이같은 의구심은 그러나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입법국(국회)기능 억제라는 제동을 걸면서 중국측이 임명한 임시입법회와 마찰을 빚었고 집시법개정으로 집회의 자유가 규제된 것 등이 그예다. 주민들은 「공산당이 약속을 지킨 적이 있었느냐」며 비아냥대고 있고 향후 50년간의 현체제 유지 약속마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주 한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7%가 미래의 정치·사회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둥젠화(동건화)의 휘호사건을 화제 삼고 있다. 작년말 새 홍콩의 수장에 당선된 동이 베이징(북경)에서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으로부터 임명장과 함께 선물로 받았다는 붓글씨다. 하수불범정수(강물(중국)은 우물물(홍콩)을 침범하지 않는다)란 내용으로 홍콩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속에 담긴 대륙의 오만이 또다른 회의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대륙에 간섭 않을테니 제발 우릴 괴롭히지 말아달라」라는 것이 지금 홍콩인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유교사상을 공유해온 이웃 동남아 국가에서는 홍콩반환을 「시골총각에게 시집가는 신식색씨」로 비유하고 있다. 서구화의 모델이 되다시피한 홍콩이 대륙에 귀속된 후 호된 시집살이를 하게될 지, 다행히 귀여운 며느리로 대접받게 될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홍콩인은 이렇듯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으로 가득차 있다.
주민들은 이같은 불신이 해소되고 불안이 가시게 하는 요체로 중국이 장담하고 있는 4대원칙(일국양제, 항인치항, 고도자치, 향후 50년 불변)의 확실한 이행을 꼽는다. 7·1행사를 앞두고 갑자기 거리를 메우고 있는 외국 취재진과 관광객의 바쁜 모습과는 달리, 홍콩주민들은 침묵으로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 그리고 모두의 얼굴엔 오늘밤의 다짐들이 허구가 아닐 수 있게 모두 증인과 감시자가 될 것을 다짐하는 표정들로 가득차 있다.
오늘밤의 행사가 「축제」나 「향연」이 되는 것도 주민들의 정서는 선뜻 허용치 않고 있다. 그보다는 굳은 약속의 장이 되고, 훗날 환희로 축배를 들 수 있게 되는 날이길 바란다. 오늘밤엔 시민들의 외출도 삼가해줄 것을 당국은 가두방송으로 계속 당부하고 있다. 돌발사태를 우려해서다. 이제 역사의 전환점은 분과 초를 다투고 있다. 자유, 민주에 대한 「실천을 통한 신뢰」만이 오늘이 갖는 의미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156년 식민고통을 아물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홍콩역사의 마감과 시작이 번영과 희망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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