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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년간의 약속/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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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년간의 약속/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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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7월1일 중국땅이 된다. 영국은 아편전쟁후 1842년 청나라와의 난징(남경)조약을 통해 홍콩섬을 영구 할양했다. 이어 1898년 베이징(북경)조약에서는 청나라로부터 신계지를 99년간 조차했다. 당초 7월1일은 신계지의 조차기간이 완료되는 시점이다. 홍콩섬과 주룽(구룡)반도 일부는 협정 문구중 「영구 할양」이라고 못 박혀 있었다. 그러나 영국은 내친 김에 홍콩 전체를 반환키로 했다. 점령 156년만이다.홍콩의 주권반환을 지켜보면서 영국의 신사도를 무엇보다 먼저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영국이 비록 식민지 열강시대에 청나라를 무력으로 굴복시켜 홍콩을 빼앗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의 홍콩 반환은 어떠한 조건이나 상황에서라도 국제간에 맺은 조약은 꼭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사를 보면 각국들은 그동안 이같은 원칙을 거의 무시해 왔으며 특히 강대국들은 힘의 논리로 약소국의 주권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아 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식민지기간에 역대 영국총독들은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며 홍콩주민들은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엄연한 사실을 홍콩주민은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영국은 그러나 자신들이 비록 식민지의 주인이지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현재의 홍콩을 건설해 주민들에게 부와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를 안겨 주었다. 자신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기는 했으나 착취와 억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도 일제에 의한 식민지 통치를 겪었기 때문에 피압박 민족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 언어와 문화까지 모두 빼앗겼다. 일제는 우리의 여성들까지 군대위안부로 끌고가 성적 노리개로 삼았으며 현재까지 사과는 물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홍콩의 중국반환은 영국의 식민지시대 종식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이 아직도 식민지시대의 청산에 등을 돌리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홍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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