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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시퍼 유감/이성희 여성생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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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시퍼 유감/이성희 여성생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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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서울국제패션컬렉션(SIFAC) 출연차 내한했던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가 방한기간중 오만방자한 행동으로 일관했는데도 주최측인 서울방송 SIFAC조직위와 디자이너들이 「스타대접」에만 급급, 비난을 사고있다.이번 컬렉션에서 시퍼를 기용한 디자이너들은 앙드레 김을 비롯 안지히 윤기주 변지유 김창숙씨 등 5명. 이들의 쇼에 출연하면서 시퍼는 『노출이 심한 옷은 입지않겠다』 『헤어스타일과 화장은 내 마음대로 하겠다』 『다른 모델들과 같이 옷을 갈아입을 수 없으니 독실을 마련해달라』는둥 직업의식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주문을 일삼았다.

그런데도 모든 디자이너들이 시퍼의 비위를 맞춰가며 무대에 세우기 바빴다. 그때문에 옷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음악, 조명 등이 한데 어울려 종합예술로 승화돼야 할 패션쇼가 스타 한사람에게 질질 끌려다닌 꼴이 됐다.

또 조직위는 시퍼의 상업성을 의식해서인지 23일 열린 전야제에서도 컬렉션 안내보다는 시퍼의 소개에만 급급했다. 『독실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에는 외국 바이어들이 컬렉션 정보를 교환하도록 마련한 바이어룸을 급히 독실로 교체하는 소동을 치렀다. 『실제 제품구매가 이루어지는 명실상부한 국제규모의 컬렉션이 되도록 외국 바이어들을 다수 초청했다』고 주장해 온 조직위가 그 귀한 손님인 외국바이어들을 오히려 내쫓은 셈이다.

한국디자이너들이나 조직위의 비굴한 태도와 달리 시퍼를 기용하기로 했던 프랑스 디자이너 오시마 베르솔라토는 시퍼의 행동을 『상식이하』라며 아예 출연모델 리스트에서 제외시켜 대조를 보였다.

시퍼는 이번 컬렉션에서 패션쇼당 8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또 초청에 응하는 대가로 서울방송으로부터 15만달러(약 1억3,0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불황으로 온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돈을 들여 데려온 모델 하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은 또다른 「외제병」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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