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염원기업 강조 등 이미지전략 부쩍늘어경제협력 식량지원 등으로 남북한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기업 마케팅의 관심이 북한으로 쏠리고 있다. 북한에 진출해 공장을 건설하고 물건을 만드는 「하드웨어」적인 관심과는 따로 북한주민 돕기기금 조성, 남북통일을 표현한 광고제작 등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데 「북한」이라는 소재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회사의 브랜드가 선명하게 찍힌 상품을 북한에 보냄으로써 앞으로 단일 경제권이 될 북한시장을 벌써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업체도 생겨났다.
조선맥주는 이달 20일부터 2개월동안 하이트맥주 한병을 팔 때마다 1원을 모아 북한동포돕기운동 및 통일기금을 만들어 정부에 전달키로 했다. 예상되는 기금 총액은 2억4,000만원 정도. 이를 위해 조선맥주는 하이트 맥주병 뒷면에 「당신의 작은 정성이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에겐 큰 힘이 됩니다」는 문구와 한반도 지도를 넣은 딱지를 새로 만들어 붙였다. 또 전속모델인 탤런트 배용준이 굶주림에 지친 북한주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나오는 광고도 만들어 북한주민돕기 캠페인을 확산시키고 있다.
북한에서 송화가루를 수입해 건강음료 「마시는 송화가루」를 만들어 내놓은 웅진식품도 5월부터 7월말까지 이 음료 판매액의 1%를 모아 유니세프에 북한어린이돕기 성금을 내기로 했다. 웅진식품은 또 탤런트 박중훈을 등장시킨 광고를 통해서 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모처럼 점잔을 빼고 나온 박중훈이 『북한 어린이 한끼 식사비용이 우리 돈으로 110원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겐 적은 돈이 그들에겐 한끼 식사가 됩니다… 작은 정성이 큰 마음으로 이어집니다』는 말로 북한어린이 돕기를 알리는 것은 물론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보고 있다.
(주)대우에 이어 두번째로 남북합작사업승인을 받은 (주)태창은 내년 초에 북한에서 금강산샘물을 들여오기에 앞서 벌써부터 광고를 시작했다. 「남북통일, 금강산샘물로 남과 북이 먼저 하나로 통합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인쇄광고는 배꼽티와 핫팬티를 입은 남한의 신세대 여성과 검정치마에 흰저고리를 입은 북한 처녀를 함께 등장시켜 통일의 염원을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적십자사가 북한의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전달하는 식량 가운데 라면을 독점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삼양식품은 전체 지원분량 30만박스 가운데 1차분 10만박스(300만개)를 적십자사를 통해 23일 흥남항에 내려놓았다. 전체 납품가는 10억여원 정도지만 북한지원 공산품 가운데 처음으로 포장지에 제품명 「쇠고기 맛면」과 「삼양식품」이라는 제조업체를 그대로 표기했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의 라면 브랜드를 알린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삼양식품 최남석 홍보과장은 『공산품 포장을 남한에서 팔리는 그대로 대량공급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63년에 남한사람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삼양라면이 이제는 북한주민의 식량난까지 책임지게 됐다』며 의의를 설명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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