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접시에 야채와 메밀이 만났다. 여름에 어울리는 찬 음식인 메밀로 만든 쟁반막국수를 맛볼 계절이다. 쟁반막국수는 메밀국수를 비벼낸 비빔국수로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아니다. 중앙대 윤서석(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쟁반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통음식은 평안도에서 겨울철에 먹는 어복쟁반이 유일하다. 쟁반막국수는 강원도와 이북 산간 지방에서 저녁 간식으로 먹던 메밀비빔국수를 60년대 상업화하면서 만들어낸 요리라고 알려져 있다.명지대 조정선(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메밀에는 단백질이 11∼15%나 함유되어 있고 필수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B가 많아 영양학적으로 고급음식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노화를 막는 항산화효과와 당뇨병을 막는 항당뇨효과를 가진 루틴 성분이 많아 성인에게 아주 좋다. 조교수는 『메밀에는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다』고 일러준다. 우리 조상들은 추운 지방에서 아주 잘 자라는 메밀로 묵이나 국수를 만들어 먹어 왔다.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을지로 4가의 막국수집 「산골면옥」(02―266―5409)주인 김종녀(51)씨에 따르면 막국수는 「막 비벼 먹는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시어머니인 임금례씨가 62년 강원 춘천에서 처음 막국수집을 열었고 며느리인 김씨가 서울로 옮겨 지금까지 맛을 잇고 있다. 김씨의 쟁반막국수는 강원도에서 나는 우리 메밀가루에 감자녹말을 약간 섞어 주문받은 즉시 반죽해 국수를 뽑아내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김씨는 『메밀가루가 많이 들어가야 하고 먹기 바로 전에 반죽하고 국수를 뽑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쟁반막국수에는 오이 상추 깻잎 양배추 빨간 양배추 당근 쑥갓 양파 미나리 치커리 등 야채 10가지와 닭고기를 넣고 고추장다대기, 겨자, 식초, 설탕, 참기름에 비벼낸다. 시원한 맛을 더해주기 위해 동치미국물로 비비는 것도 맛의 결정 요인이다. 3명이 먹으면 적당할 양의 쟁반막국수가 8,000원이다.
89년 문을 연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민속막국수」(02―385―8860)에는 육수로 말아낸 쟁반막국수가 유명하다. 주인 안광구(45)씨는 매일 고추장 등 6가지 양념을 넣은 사골 육수를 만들어 여기에 메밀국수를 말아낸다. 역시 즉석에서 메밀을 반죽해 국수를 뽑아내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다른 집과 달리 메밀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갈아 국수의 색이 다소 검다. 여기에 육수를 35%쯤 넣어 만든 물김치가 이 집의 특미다. 3∼4인분 쟁반막국수가 9,000원.
쟁반막국수는 톡 쏘는 겨자의 맛에 매콤한 고추장양념이 곁들여져야 제 맛이다. 여행전문가인 김순경씨는 『이북지방에서는 겨울에도 동치미에 말아 막국수를 즐겼다』며 『몸을 차게 하는 음식이라 겨자를 곁들여 먹거나 꼭꼭 씹어서 먹어야 소화가 잘된다』고 말한다.
막국수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강원도쪽으로 가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휴가때 서울에서 포천을 거쳐 철원쪽을 가려는 사람이라면 들러볼 만한 곳은 삼부연폭포 입구에 있는 「철원막국수」(0353―52―2589), 포천읍내에 있는 「평창막국수」(0357―536―0227)가 있다. 서울에서 양평 홍천 인제 설악산을 거쳐 동해로 가는 여행객이 들를 만한 막국수집은 곤지암에서 홍천가는 길에 있는 「봉진막국수」(0337―82―8300), 양수리 마을 입구에 있는 「홍천면옥」(0338―72―6146), 홍천시내에 있는 「영변막국수」(0366―434―3592), 인제에서 원통가는 길에 있는 「다들림순메밀국수」(0365―462―3315), 양양읍내에 있는 「단양식당」(0396―671―2227)이 있다. 진부령에서 대관령넘어가는 중간인 월정주유소 앞마을의 「유천막국수」(0374―32―6423)나 강릉의 「형제막국수」(0391―646―8624)도 들러보면 후회하지 않을 막국수집이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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