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사퇴표명 이후 복잡미묘한 대결구도로신한국당 경선구도가 27일을 계기로 사실상 적대적 대결양상으로 굳어졌다. 이회창 대표가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혔음에도, 민주계 주축의 정치발전협의회가 「이회창 배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발협이 이대표를 주적으로 설정했다는 의미이자, 정발협이 줄기차게 문제삼아 온 대표직 사퇴는 목표가 아닌 이대표에 대한 견제수단이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다른 주자 6인도 선두인 이대표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태세여서 당분간 정발협과 반이 주자들의 동맹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대표는 대표직 사퇴논란을 겪으면서 정발협의 주축그룹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대표측은 이런 판단에 근거, 대외적으로는 타협과 유화 제스처를 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강대한 세력으로 정발협과 다른 주자들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상대를 제압한다는 「힘의 논리」를 택하고 있어, 이대표 대 정발협·반이 6인주자의 대치구도가 갈수록 분명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대치의 수준, 대결의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질 것이며, 훨씬 복잡미묘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직 사퇴를 놓고 전선이 형성됐을 때는 「물러나느냐, 버티느냐」는 이분법만이 존재, 정발협과 반이 주자가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쉬웠다. 하지만 이대표 사퇴 이후에는 크게는 이대표와 반이 주자의 대결이 벌어지고, 반이 진영 내부에서는 각 주자들이 선두권 부상, 정발협의 지원획득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다중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정발협과 반이 주자가 이대표를 공격할 때는 보조를 맞추겠지만, 후보단일화나 연대에서는 각자의 이해에 따라 또다른 분열과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게임에서는 승부는 명분과 세력을 누가 더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각 주자의 명분은 다양하나 대강 구분하자면, 이대표는 YS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법치·제도화 등으로 혼돈의 국정을 수습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발협이나 다른 주자들은 『대표직 사퇴논란에서 이대표의 편협함, 정치력 부재가 드러났다. 이대표 주변에는 구여권의 수구세력이 포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측의 논리중 어느 쪽이 더 명분을 확보하느냐가 경선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선거운동이 본격화했을 때 누가 국민과 대의원의 마음을 잡느냐에 판세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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