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번역 “30년의 결실”/첫 출간이후 26년간 다듬고 또 다듬어/“오역투성이 엉터리번역에 경종울린다”「삼국사기」가 이재호(78) 부산대 명예교수의 30년에 걸친 각고 끝에 새로 번역돼 나왔다. 솔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 「삼국사기 1∼3」은 이씨가 71년 처음 번역한 것을 다듬고 또 다듬은 것으로 한문 원문 띄어쓰기도 새로 했다. 삼국사기는 고려 인종 때 김부식(1075∼1151년)이 왕명을 받들어 기원전 57년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가 망하는 936년까지 992년동안의 역사를 기록한 우리나라 최초의 정사.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와 함께 고대사 이해의 기초가 되는 역사책이다.
이 번역본은 이씨의 「분노」의 산물이다. 『방대한 양의 우리 고전들은 거의 한문으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한문원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전통사상이나 민족학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어요. 그런데 고전국역 붐이 일면서 표현이 생경하고 오역이 적지 않으며 외관만 그럴 듯하게 만든 위조품들을 전문학자의 교열도 거치지 않고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펴내 고전의 진가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교수나 박사 직함만 내걸고 함부로 고전번역에 손을 대거나 다른 사람의 노작을 쉽게 표절·도용하는 일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고전번역이 별로 없어요』
그의 분노는 이미 나와 있는 여러 삼국사기 번역본에도 미친다. 『모출판사 발행 「삼국사기 한글해설판 1·2」는 「당태종성명불세출지군(당나라 태종은 성명하여 세상에서 극히 드문 임금이다)」을 「당 태종은 성명하게 뛰어나지 못한 임금이다」로 옮기는 등 오역이 무려 50여곳에 달합니다. 또 당 태종이 요동 침략전에서 패한 일을 논평한 대목 중 「호태희공(과장하기를 좋아하고 공 세움을 기뻐하여)…」을 거의 모든 번역본이 「큰 것을 좋아하고」로 잘못 해석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삼국유사로 가도 비일비재합니다』 이씨는 67년에 냈던 삼국유사도 지난달 새로 다듬어 「삼국유사 1·2」로 펴냈다. 1·2권 1만2,000원, 3권 1만3,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