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그날의 아픔 가슴에 묻고…/박승현씨 산재근로자 자녀 장학사업 도와/세딸 잃은 정 변호사는 맹인장학재단 설립/충격 못이겨 아예 이민길 떠난 유족들도29일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2주년. 당시 참극속에서도 국민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었던 「기적의 생환자 3인」은 지금 어떻게 돼있을까.
사고발생 17일째인 95년 7월15일 하오. 377시간만에 콘크리트더미 속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된 박승현(21·여)씨는 현재 근로복지공단 복지진흥국에서 산재근로자 자녀의 장학사업을 돕고 있다. 오랫동안 「살려달라」는 아우성과 굴착기 소음 등의 환청에 시달려 마루에서 환하게 불을 켠 채 잠을 자야만 했던 박씨는 최근에야 방에서 숙면을 할 수 있게 됐다. 박씨는 『너무나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않아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해도 다른 사람인양 그냥 지나친다』며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때의 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새삼 몸서리쳤다.
박씨에 앞서 매몰 285시간 30분만에 살아나왔던 유지환(20·여)씨는 호주 시드니에서 어학연수를 밟고 있으며 8월중 잠깐 귀국할 예정이다. 유씨의 어머니 정광임(49)씨는 『지환이에게 전화로 객지생활의 어려움을 걱정하면 「전 어디에 데려다놔도 견뎌내는 거 잘 알잖아요」라며 오히려 가족을 위로하곤 한다』고 대견해 했다.
7월9일 230시간만에 처음 구조됨으로써 이후 생환드라마의 서막을 열었던 최명석(22·수원전문대 건축설비2)씨는 오랜시간 지하에 갇혀 있었던 탓인지 최근 야맹증으로 안과치료를 받는 등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번 가을 졸업을 앞두고 군입대와 어학연수를 놓고 진로를 고민중인 최씨는 최근에는 참사 2주기 기념식에서 연주될 곡의 가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삼풍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나름대로 바쁜 생활을 통해 비통한 슬픔을 애써 극복해 가고 있다.
딸 셋을 한꺼번에 잃은 정광진(60) 변호사는 서울맹학교 교사였던 큰딸 윤민(당시 29세)씨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보상금과 사재 등 13억여원을 들여 맹인학생을 위한 삼윤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미 버클리대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윤민씨는 생전 한국의 헬렌켈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었다. 홀어머니를 여읜 김상헌(33) 전 서울지법 판사는 법복을 벗고 LG그룹 법률고문실 변호사로 일자리를 옮겼다.
유학준비를 위해 출국 하루전 삼풍백화점을 찾았다가 불귀의 객이 된 딸과 아내에 대한 악몽으로 시달리던 김현곤(56) 현대학원 이사장은 지금도 매주 경기 포천 가족묘지를 찾고 있다. 다행히 아들 상택(20)씨가 올해 연세대 의예과에 합격, 작은 위로가 됐다. 김이사장은 『그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소망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들 가운데 4분의 1정도는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이사를 하거나 아예 이민을 떠나 유족회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당시 민간인 구조요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모여 만든 한국민간자원구조단(단장 고진광)은 지금까지도 매주 무의탁 노인, 생활보호자, 장애인 등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민간구조대와 유가족의 본부역할을 했던 삼풍주유소(사장 김화영·59)도 여전히 성업중이다. 사고 이후에도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자주 찾아 단일 주유소로는 최고인 하루 7,0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사고보상금 처리는/서울시 3,768억 지급/아직 1,960억 미해결
서울시가 아직까지 삼풍사고 보상금 해결을 못해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가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3,768억원. 그러나 앞으로 삼풍스포츠 회원권 보상금 등으로 219억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여기다 보상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 680억원과 삼풍이 지고 있던 부채 1,200억원을 포함하면 이미 지급했거나 앞으로 지급할 돈은 모두 5,725억원에 이른다.
반면 시가 삼풍백화점부지 등 삼풍소유재산을 처분한 돈은 3,407억원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와 시가 지원금으로 내놓은 1,000억원을 더해도 4,407억원에 불과해 무려 1,318억원이나 부족하다.
시는 최근 재정경제원에 부족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가재정상태가 나빠 도와주기 어려우니 서울시 예산으로 처리하라』는 답변만을 들었다.<박광희 기자>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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