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그룹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회사살리기노력은 단지 한 대기업의 내부차원을 떠나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주지하다시피 기아그룹은 올들어 전반적인 자동차업계의 불황속에 자동차산업구조조정보고서 파문까지 겹치면서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았다. 일부 계열사가 자금위기속에 간신히 부도를 막았고 급기야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룹 경영진은 사옥과 공장용지 등 부동산매각과 인원정리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구노력에 나섰다. 때맞춰 기아그룹노조는 임금협상안을 회사측에 일임키로 결정, 회사 살리기에 적극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기아그룹의 사태진전을 걱정속에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에게 다소나마 안도감을 주는 상쾌한 소식이다.
노사화합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을 타개하려는 노력은 올들어 산업현장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20일 현재 노사간에 임금동결을 합의한 업체만 422개로 지난해 동기대비 3배에 달하고 무교섭임금타결업체도 186개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노사협력의 전반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아그룹에서 나타난 노사화합의 기풍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데는 기아그룹이 우리 재계에서 독특한 성격과 위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국내 재계순위 8위인 대그룹임에도 여타 재벌과는 달리 자동차생산분야로 사실상 업종이 주력화돼 있는 특별한 케이스다. 또 기아는 임직원과 협력업체가 최대지분(약 22%)을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대기업집단이다. 한마디로 주인없는 민간 대기업의 대명사이다. 덧붙여 기아자동차노조는 대표적인 강성노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아는 이같은 특성 때문에 강력한 오너십으로 대표되는 국내의 대기업소유구조와 문어발식 경영환경에서 하나의 실험장이 되기에 충분했다. 기아의 성패는 곧 전문경영체제의 장점과 주인없는 회사의 단점으로 귀결되는 평가를 안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소유구조와 치열한 경쟁풍토에서 기아그룹의 경영상의 문제는 대부분 주인없는 회사의 한계로 치부되기 일쑤였고 때로는 과대포장돼 전파되기도 했다. 자동차구조조정보고서 파문이나 갑작스런 자금난도 이에 연유된 부분이 적지않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아의 노사가 회사의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흔쾌히 합심단결하기로 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차제에 기아의 노사는 스스로 표방하는 「유일한 국민기업」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재삼 반성해야 할 것이다.
노사가 합심한다고 경영여건이 하루 아침에 호전될 리는 없다. 반면에 경영위기 상황에서 노사협력 없이는 어떤 방법으로도 경영위기를 극복키는 어렵다. 노사협력과 구조조정의 노력이 단기처방이 아닌 항구적인 기업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이는 기아뿐 아니라 우리 기업 모두의 명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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