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마지막 국전 대상수상 보너스로 멕시코를 다녀온 후 무려 16년이 지났지만 그 환상적인 감동은 여지껏 남아 내 마음속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석달동안 머무는 동안 멕시코미술의 에센스인 고대 마야나 아즈텍문명의 유적지도 매혹적이었지만 보다 나를 현혹시킨 것은 1920년대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소위 멕시칸 르네상스라고 불리워지는 벽화들이었다.
주로 멕시코시티에 있는 그 찬란한 벽화들의 시발점은 「디에고 리베라」와 「시케이 로스」라는 두 화가가 유럽에서 만난데서부터 비롯됐다. 그들은 이탈리아 여행중 프레스코벽화를 보고 이 것이야 말로 헌신적으로 나라를 위해 이바지할 소재라고 굳게 언약했다. 멕시코에 돌아가자 미술관이나 화랑용 그림은 관심을 두지 않고 대신 정부에 벽화작업의 기본적 재료비만 요청했다. 정부와 타협이 이뤄진 후부터 그들은 화구를 팽개치고 사다리를 타고 의욕적으로 거리의 벽화작업에 몰두했다. 그들의 슬로건은 멕시코의 고유성 찾기였다. 맨발로 거닐 정도로 남루한 생활을 하는 원주민이야말로 그 땅을 오랫동안 지킨 조상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뿌리찾기에 중점을 두었다.
디에고 리베라가 대통령궁에 그린 벽화는 멕시코 역사가 사실적으로 표현돼 문맹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멕시코 중심가 시케이 로스의 벽화들은 강렬한 색채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는 다혈질이어서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에는 붓을 꺾고 총을 잡아 옥살이도 했고 한 때는 미국에 체류하며 벽화운동을 전개시킨 공로도 있기도 하다. 그밖에 멕시코가 자랑하는 화가로는 「타마요」도 있으며 멕시코시티에는 그의 미술관이 있다.
내가 느낀 멕시코 미술은 다분히 지역적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조각가 「프란치스코 수니가」가 나에게 던진 다음 한마디는 아직까지 마음속에 한 사표로서 간직되고 있다. 『미국은 이민국가이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타당성이 있지만 단일민족인 다른 약소국가들이 미국을 추종한다는 것은 가소롭고 어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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