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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정 논설위원이 본 현지표정(동방명주 홍콩 중국반환 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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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정 논설위원이 본 현지표정(동방명주 홍콩 중국반환 D­3)

입력
1997.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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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홍수속 주민들은 덤덤/기자 20,000명 몰려오자 “왜 이리 야단이냐” 반문/집시법·언론길들이기등 ‘불안 그늘’「동방의 구슬(동방지주)」이란 노래는 5년전 대만의 유명가수 로다요우(나대우)가 불러 히트한 곡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나의 사랑스런 홍콩. 그 자태와 낭만이 영원하리…」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종의 홍콩찬가다.

이 노래가 몇달전부터 홍콩에서 다시 애창되고 있다. 주로 30대의 청장년층이 즐겨 불렀는데 지금은 노년층에도 널리 퍼져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아름답고 번영할 것을 바라는 뜻에서다. 반환 60여시간을 앞둔 홍콩의 분위기는 조용하기만 하다. 들뜨거나 초조해하는 기색을 발견할 수 없다. 덤덤하다고나 할까. 무표정하다고 할까. 그 어떤 감흥도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기자는 반환협상 시작 직후인 80년, 그리고 중·영 공동성명서 발표직후인 85년부터 홍콩에서 장기체류한 적이 있다. 처음엔 연수를 위해, 다음엔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인접 광둥(광동)성 등 남방계 중국인들의 「못생긴 특징들」 가운데 체구가 작고, 말이 많아 수다스럽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꼽혀왔다. 80년 당시엔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또 85년엔 조국(중국)에의 귀속결정으로 반갑고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특히 그때는 『평소 동양을 멸시해오던 영국의 코가 납작하게 됐다』며 통쾌하다는 듯이 으스대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지금 홍콩주민들에겐 기쁨이나 흥분을 찾아볼 수 없다.

행사취재를 위해 각국에서 몰려온 기자만 2만여명. 관광객은 무려 60여만명에 이른다는 소식에 『왜들 이리 야단이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뭔가 시원하지 못하고 걱정스런 주민의 정서는 여러 원인에서 비롯된다.

아쉽고 허전하지만 홍콩을 되돌려 줘야하는 영국은 반환이후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몇해전부터 여러가지를 시도해왔다. 그중 하나가 입법국(국회)의 조직과 기능을 개혁하는 것으로, 반중 또는 민주세력인사를 의회에 포진시키는 것이었다. 현입법국의 임기는 99년까지 되어있고 최근의 선거는 95년에 치러졌다.

그러나 이를 가만놔둘 중국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국은 작년에 임의로 임시입법회를 따로 구성했고 7월1일을 기해 기존 입법국의 해산을 선언했다. 이로 인한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행사때는 시위가 있지 않을까 우려해 해상경계까지 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하나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일방적으로 개정한 홍콩지역의 집시법파동이다.

앞으로 어떤 집회나 시위도 반드시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다. 중국사회의 관례이자 방식이라고 설득을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민주와 자율에 익숙한 주민들에게는 억압이고 족쇄로만 여겨질 뿐이다.

의문과 불안은 그밖에도 많다. 94년부터 본격적인 인수절차를 밟으면서 알게 모르게 들어온 대륙사람들의 태도와 눈초리 때문이다. 관영 신화통신사 직원이나 상사원으로 위장한 공작원들만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도착 즉시 홍콩주민의 「문화개혁」에 착수했다. 이른바 중국화이다. 각급학교 교육과정의 개편에서부터 보통화의 학습과 전용이 유도됐다.

더욱이 주민들을 놀라게 한 것은 언론 길들이기였다. 평소 중립이나 친대만계 신문들이 하나 둘 친중성향이 되어 자세를 낮추었다. 대륙을 비난하거나 호되게 비판하던 시절은 벌써 옛일이 되어버렸다.

홍콩인 각자의 가계뿌리를 들춰보면 배고픔으로부터의 탈출 못지않게 정치적 탈출도 허다했다. 쑨원(손문)의 신해혁명(1911년)에서부터 공산화이후 시대,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천안문 사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가족과 후손이 혹독한 보복 가능성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 「조국을 배신하고 잘 먹고 잘 살아온 무리」로 매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하루 평균 150명이 대륙으로부터 합법이민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불법으로 홍콩에 들어오고 있다. 반환이후 인민해방군이 경비를 맡게 되면 제일 먼저 뇌물 입국이 성행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바로 이들 때문에 사회불안과 치안이 우려되고 있다. 이때문에 홍콩주민들은 즐거울 수 없다.

『경축은 하지만…』이라고 말하는 홍콩인들의 모습에서 「험난한 미래」가 예감된다.

◎주민 이모저모/반환 특수 겨냥 상점마다 세일

홍콩 주민의 상당수는 28일부터 7월2일까지 5일간의 주권 반환 경축 연휴를 이용, 해외 여행에 나서 이 기간에 항공기 예약이 거의 끝났다. 이번 황금연휴에는 최소한 20만∼30만명의 주민이 홍콩을 빠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행지는 대부분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남아로 몰려 항공권을 구하기 어렵고 발리의 경우 예약이 넘쳐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은 이 기간에 특별기를 투입키로 했다.

홍콩 주민들은 또 10일부터 홍콩섬 완차이에 있는 인민입경처(이민국) 본청을 비롯, 9개 출장소에 몰려 「중국 홍콩특별행정구(SAR)여권」을 신청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SAR 여권을 소지하면 한국 등 80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비록 중국에 귀속되기는 하지만 중국인들과는 달리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다.

홍콩주민들은 이처럼 주권반환과 관련해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무관심한 것처럼 생활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계층도 있다. 일부 주민은 오히려 이번 반환행사를 한몫 잡을 수 있는 호기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홍콩에서는 반환행사를 보기 위해 몰려든 60여만명의 관광객을 겨냥해 「반환특수」를 노리고 상점마다 각종세일을 하고 있다. 중심가인 침사추이(첨사저)의 상점들은 「경축 반환」이라는 입간판을 세워놓고 의류에서부터 각종 액세서리까지 최하 반액에 팔고 있다.

홍콩호텔업계는 반환기간에 객실요금을 평소의 2∼3배로 올려 아예 선불까지 받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핸드폰 업체들도 이번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온 각국 보도진들에게 전화기를 대여해 톡톡히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택시(적사)기사들도 교통난에 시달리면서도 늘어난 손님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홍콩 주민들의 마음속에는 앞으로 사회주의체제의 중국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듯하다. 며칠뒤면 더이상 홍콩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홍콩=이장훈 기자>

◎반환식 누가 오나/중 장쩌민·리펑/영 블레어·찰스 왕세자/미 올브라이트 등 VIP만 4,000여명

30일 하오 9시15분(이하 현지시간) 홍콩섬 완차이 해안에 새로 지어진 컨벤션센터 신관 2층 대연회장에는 세계 40여개국에서 초청된 4,000여명의 VIP 들이 「다소 늦은」 저녁만찬을 갖는다. 스코틀랜드식 훈제 연어요리를 애피타이저로 시작, 3가지 코스의 이탈리안식 정찬요리중 메인 요리를 마칠 무렵인 하오 10시 VIP들은 모두 일어나,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의 제의에 따라 샴페인 잔으로 4차례의 건배를 한다. 『영국 여왕을 위해』,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마지막으로 『전세계 지도자들을 위해』. 디저트를 끝낸 4,000여명의 VIP들은 하오 11시15분 컨벤션센터 신관 그랜드 포이어로 자리를 옮겨 역사적인 주권반환식에 참석한다.

식장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을 VIP는 역시 이날 행사의 주인격인 중국측 인사들. 중국측에서는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을 비롯, 리펑(이붕) 총리, 장완녠(장만년) 중앙군사위부주석, 첸지천(전기침) 외교부장 등 모두 72명의 공식대표단이 참석한다. 중국측 대표단에는 특히 2월 사망한 덩샤오핑(등소평)의 미망인 줘린(탁림)과 딸 덩난(등남)이 끼여있다. 또 홍콩특별행정구(SAR)의 초대 행정장관 둥젠화(동건화)도 이날 주권반환식에는 중국측 대표로 참석한다. 그러나 현재 공산당서열 3위와 4위인 차오스(교석)전인대의장, 리뤼환(이서환) 정협주석 등은 대표단에서 제외됐고, 84년 중국을 대표해 홍콩반환 기본협약에 서명했던 자오쯔양(조자양) 전 공산당총서기도 끼지 못했다.

영국측에서는 찰스 왕세자, 토니 블레어 총리, 마거릿 대처 전총리, 마지막 홍콩총독 크리스 패튼을 비롯한 역대 홍콩총독 5명이 참석한다. 유종하 외무장관을 비롯,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등도 참석한다.

또 대만에서는 대중국 협상기구인 해협교류기금회(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의 구젠푸(고진보) 회장을 대표로 한 60명의 민간대표단이 개인자격으로 초청받았다. 이밖에 싱가포르 의 리관유(이광요) 전 총리, 태국의 차크리 시린돈 공주 등이 참석하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비롯,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30여개 국제기구 지도자들도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홍콩=박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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