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합의후 클린턴 친척조문 8시간 연기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27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정상회담은 성사 과정에서 갖가지 외교화제를 남겼다.
유엔에서는 정상회담을 갖지 않는다는 미국의 외교관행 때문에 교섭 자체가 순탄치 않았던데다 막바지에 클린턴 대통령의 친척 조문으로 일정이 8시간이나 늦춰지는 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쪽에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한 것은 지난달 23일 유종하 외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새뮤얼 버거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을 만났을 때였다.
회담 필요성을 인정했던 미국쪽은 김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해, 동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섭이 본격화하자 미국측은 『유엔과 같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특정국가와 단독회담을 갖는 것은 관행이 아니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50여개국이 회담 신청을 한 마당에 한국만 특별대우를 할 수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정부는 김대통령의 미국방문 일정에서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빠질 경우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종 외교경로가 동원된 총력전이 펼쳐졌다.
마침내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11일 밤과 12일 새벽 유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클린턴 대통령의 시간이 워낙 빡빡하니 약식으로 회담을 갖자』고 제의, 유엔 미국대표부에서의 회담개최가 결정됐다. 우리정부는 다른 나라를 의식한 미국의 입장을 고려, 뉴욕에 도착한 뒤에야 이를 발표했다.
정상회담은 뉴욕시간으로 26일 상오 11시40분 열기로 합의됐으나 24일 클린턴 대통령이 어릴 때부터 친할아버지 처럼 따르던 외할머니의 동생이 숨지는 바람에 백악관측이 8시간 가량 연기를 요청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인 아칸소로 문상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보받은 우리측은 긴급 관계자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다음 순방지인 멕시코 도착이 늦어지는 것에 따른 외교적 결례 때문이었다. 결국 멕시코쪽의 양해로 회담은 뒤늦게 열리게 됐다.<뉴욕=손태규 기자>뉴욕=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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