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때문에? 압구정동에 살기 때문에?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일식집 주인을 납치한 후 살해 암매장한 범인 3명이 25일 검거됐다. 이들은 『부자 동네에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을 상대로 한탕하자고 모의했다』고 털어 놓았다. 또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죄로 돈이 없어 후배들에게 괄시받는 신세가 한탄스러웠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압구정동에서 벤츠를 몰고 다니는 사람을 가장 부자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잘 사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적의가 잠재의식 속에 도사려 있고 그것이 범행의 한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유족에게 도리가 아니겠지만) 만약 피해자가 국산차를 몰고 있었다면? 그리고 달동네 근처에서 살고 있었다면? 아마도 화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
두가지 짧은 생각. 우선 자동차 1,000만대 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에서 승용차의 크기가 아직도 부와 신분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지존파 일당은 흰색 그랜저를 탄 사람들을 범행대상으로 노렸다. 또 한가지.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탄 사람들에 대한 일반의 사시가 여전하다는 것도 이번 사건을 통해 느껴진다.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 이유만으로, 아무런 이유없이 길거리에서, 주차장에서 엉뚱한 봉변을 가끔 당하곤 한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게 죄가 아니듯, 벤츠를 타는 것도 죄가 아니다. 나는 1,500㏄급 승용차를 몬다. 그것이 현재 나의 재력에 합리적인 선택이고, 나도 돈을 벌면 벤츠를 타고 싶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부의 축적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고 그것이 위화감을 조성했음도 이해한다. 그러나 「벤츠」를 타고 「압구정동」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막연한 피해의식, 그것은 우리들의, 우리 사회의 위선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 또한 건강하지 못한 모습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떳떳하게 돈벌어 벤츠를 타는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어야지, 질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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