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럽게… 은근하게작품을 통해 해학의 의미를 음미해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성동훈(31)씨의 「그로테스크 해학전」(7월1일까지·갤러리 사비나, 02―736―4371)과 최동열(46)씨의 「동자의 꿈과 침실전」(7월14일까지·샘터화랑, 02―514―5120).
성씨의 해학은 자신의 모습을 빗댄 「돈키호테」연작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오토바이머플러, 철골, 철판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온갖 잡동사니를 자르고 땜질하고 결합시켜 창을 든 채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의 엉뚱함과 익살스러움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재료의 의외성과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형상을 통해 성씨는 유머를 자아낸다.
「침실연작」을 통해 최씨가 풀어놓는 해학은 연륜을 반영하듯 은근하다. 나도향의 외손자인 최씨는 「뽕」과 「물레방앗간」의 토속적 에로티시즘을 화면에 옮겨 놓았다. 방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 잔이 둘 놓인 술상, 흐트러진 이불과 베개, 머리 맡에 놓인 요강. 정작 일을 벌이는 두 사람은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쯤되고 보면 누구나 야릇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화장대 거울에 비친 밖의 풍경과 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나무 등 작가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장치를 토대로 최씨는 은밀한 것을 훔쳐보는 관음증적인 시선과 거리를 두며 해학이 그저 낄낄대는 웃음이 아님을 보여준다.<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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