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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홍수시대 “고정관념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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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홍수시대 “고정관념을 깬다”

입력
1997.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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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 ‘조심스런 실험’ 새 경향/말장난·유행가 등 다양한 매개 사용/고민하는 작가자신을 소재로 삼기도이미지 홍수의 시대, 미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인사동일대 화랑에서 열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미술인들의 개인전 및 그룹전은 각기 다른 언어로 이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박지현(27)씨의 「말장난」(4월30일∼5월6일 덕원미술관, 02―723―7771), 배영환(30)씨의 첫 개인전 「유행가」(18∼24일 나무화랑, 02―723―3864), 「예술가의 정치적 생존―내부적 권력으로서의 Identity 전」(11∼20일 갤러리 보다, 02―725―5117).

박씨의 작품에선 신세대 작가들의 전형, 즉 튀는 감각과 유희적 특성이 발견된다. 누군가 퍼질러 놓은 배설물 위에 잔뜩 침을 꽂고 「똥침」이라고 내미는가 하면 노랗고 빨간 방석을 집모양으로 쌓아 놓고 「방석집」이라고 태연히 제목을 단다. 중국음식점 배달원의 흰색 유니폼 앞에 철가방을 놓고서 「배달민족」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말 그대로 「말장난」을 통해 말의 내연과 외포, 문법규칙을 재구성함으로써 굳은 사고를 깨뜨리고, 나아가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에 일침을 가한다. 그러나 박씨는 이를 통해 지배적인 담론을 해체하려는 모험은 감행하지 않는다.

배씨는 유행가라는 대중적인 언어를 소통의 방식으로 내놓는다. 『미술이 유행가만큼이라도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권위만 내세울 뿐 일상의 삶과는 무관한 제도권 미술에 대해 배씨는 미술이 있어야 할 자리는 사람들 사이라고 말한다. 「타는 목마름으로」 「애모」 「거리에서」 「긴머리 소녀」라고 제목이 붙은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미술이 우리의 삶과 그리 멀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배씨는 또 작품성보다 물량과 기술적인 조작에 의존하는 최근의 설치미술에 반발해 각목, 쌍절봉 같은 「가난한 오브제」로 대응한다.

「예술가의 정치적 생존―내부적 권력으로서의 Identity 전」에는 설치미술이 보이지 않는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박민정씨는 『그룹전 참가자들은 요즘 튀는 젊은 작가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설명한다. 10대 일탈청소년을 통해 작가 자신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표현한 강민경씨, 일상에서 느끼는 미묘한 의식의 변화를 낙서같은 서툰 그림으로 표현한 박형진씨,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그림에 자신의 뒷모습을 그린 이광호씨. 「깊은 거울」이라는 전시회의 부제에서 엿볼 수 있 듯 작가의 내면적 목소리가 강하게 들린다. 텅빈 화면 앞에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는 작가 자신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미술의 필요성을 확인하려 한다.<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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