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를 위한 남북한과 미국·중국의 4자회담이 제기된지 1년2개월만에 북한이 수락을 통보해 온 것은 다행한 일이다. 오는 30일 남북한과 미국의 준고위급 회담에서 4자회담의 예비회담 일정과 장소를 밝힐 예정으로 있어 4자회담의 추진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당초 한미정상이 4자회담을 제의한 취지는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4개국이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평화협정외에 광범위한 긴장완화 조치도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끈질기게 제기한 한국을 배제한 채 오직 미국과 단독으로 평화협정의 체결기도를 막는 한편 교착된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관계개선과 긴장완화를 이룩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동안 4자회담에 대해 「검토중」이라고한뒤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야겠다며 지연작전을 펴온 북한이 뒤늦게나마 수락을 알려온 이유는 몇가지 들 수 있다. 즉 북한이 지금까지 식량지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데 대해 한미양국이 단호히 거부, 무조건 참석을 촉구했고 4자회담을 수용하기 전에는 북한이 의도하는 어떠한 것도 이뤄질 수 없음을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일단 참석하면서 주민동요 및 체제유지와 직결된 식량지원과 미국의 경제제재완화 등을 고려했음이 틀림없다.
여기서 우리는 4자회담에 대한 남북한과 미국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 회담이 남북간 대화재개를 계기로 남북한이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은 물론 장차 교류협력 등으로 통일기반을 마련하는 꿈에 부풀어 있고 미국도 북한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회담참가는 경제파탄과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대처이며 미국과의 단독 평화협정체결 목표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4자회담을 오래 끌면서 한미양국으로부터 식량 등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4자회담의 순항을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예상되는 저들의 회담전략은 먼저 본회담에 앞서 여러차례 예비회담을 주장하면서 대규모 식량의 추가지원을 요구하는 것과 4자회담에서 갖가지 복잡한 조건과 제안으로 회담을 자주 교착케 하는 것도 예상된다. 또 4자회담을 무위로 진행시키면서 남북한 고위급회담 등을 전제조건으로 붙여 제안, 회담이 불발될 경우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대미접촉을 기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아무튼 북한의 수락으로 4자회담의 성사전망은 밝아졌지만 정부는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또 4자회담이 한반도 평화구축의 만병통치의 약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회담에 나올 북한이 평화논의에 선뜻, 그리고 진심으로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하에 변화된 국제질서를 감안하여 새로운 대북정책, 특히 4자회담대책과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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