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환자에게는 고대부터 식이요법을 강조했지만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치료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기괴하고 때로는 위험하다. 예를 들어 16세기에 널리 쓰이던 처방은 잘게 다진 새끼고양이 고기를 채워 넣은 거위구이 요리였다. 조리방식도 낯설 뿐더러 과다한 육류 섭취가 통풍을 도지게 했을 뿐 치료효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다. 몇천년 동안 내려온 전통이니 조상 대대로의 지혜니 하는 것들이 합리적인 검증없이 무조건 통용될 수 없다는 수많은 보기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근대에 들어 각광받기 시작한 물(수)치료법은 사회사적으로나 의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물치료법의 역사는 대단히 길다. 그러나 통풍환자들이 광천수에서 목욕을 하거나 그 물을 마시고 설사하는 게 유행하던 시기가 이 무렵부터였다. 이에 따라 영국의 바스, 독일의 바덴바덴 등 광천수가 풍부한 온천지역은 건강을 증진하고 통풍이 초래하는 통증을 잠재우기 위해 상류계층이 모여드는 휴양지로 번창하게 됐다.
그러나 통풍에 대한 의학상의 발전은 1848년 알프레드 가로느가 요산이 통풍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밝힐 때까지는 보잘 것 없었다. 가로느는 1859년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통풍을 감별하는 방법을 확립했다. 독일의 에밀 피셔는 퓨린대사의 이상으로 통풍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통풍 연구와 치료의 새 기원을 열었다. 피셔는 이 업적으로 1902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이제 근대과학이 통풍을 본격적으로 조망하기 시작한 것이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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