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유엔에 통보한 주요 경제통계에서 95년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백39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먹고 살기가 힘드니 유엔분담금을 줄여달라』는 엄살이 섞였지만 경제침체가 짐작보다 훨씬 심각한 모양이다. 2백39달러라면 남한의 69년(2백10달러), 70년(2백53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식량을 구하러 다니느라 한 학급 30여명중 5∼10명이 결석한다는 탈북자 조사결과(한국교육개발원)는 우리의 50년대 후반을 연상케 한다. 그 무렵 우리도 가난과 집안일 때문에 학교에 못가는 학생이 많았다. ◆이처럼 질적으로 판이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별로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중고교생 10명중 6명이 통일에 대해 시큰둥한 태도(전교조 조사)를 보였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념차로 인한 혼란을 걱정하면서 통일이 우리에게 득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열흘 전 교육개발원이 「통일대비 교육부문 종합대책 연구보고서」를 발표, 통일후의 기본학제로 「유치원―5―3―4―4」제라는 모형을 제시했다. 장기간의 분단과 대립으로 인한 이질화의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제도측면에서는 북한의 교육체제를 그대로 수용하는 듯한 인상도 갖게 된다. ◆지금 북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쓰러져 가고 있다면 남의 아이들은 입시와 과외로 시들어 가고 있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자유민주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교육과정이 미리미리 마련돼야 한다. 남과 북의 사회발전 속도에는 40년의 격차가 난다고 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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