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부고속철도의 건설을 관리해 온 고속철도건설공단의 이사장을 전격 경질한데 이어 공단의 재정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장 경질의 배경과 의미를 차치하고 우리는 차제에 현행 고속철도공단이 조직과 위상 그리고 구성 등 전반적인 체계가 발전적으로 해체되고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새로 태어날 고속철도건설의 관리체계는 경부고속철도건설이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 조직과 위상 등이 원점에서 연구 모색돼야한다.그러나 그동안 경부고속철도 건설과정에서 드러난 엄청난 문제점들을 감안할 때 적어도 현정부로선 새로운 고속철도공단의 구성과 운영체계에 개입할 명분이 있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정권말기의 상황에서 현정부가 졸속으로 고속철도공단을 뜯어 고치는 일이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행착오만을 하나 더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부고속철도건설은 노태우정부의 졸속추진으로 태생적 과오를 안게 되었고 김영삼정부의 무관심과 관리능력의 부재로 총체적 부실상태에 빠져들었음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현정부가 고속철도건설 부실의 주체인 공단의 재정비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속철도공단의 재정비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현행 조직과 위상, 기능에 있어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 다음 정권에 넘겨주는 일이라고 본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의 장래는 어차피 새정권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게 국민의 공통적 견해임을 감안할 때 고속철도공단의 장래도 섣불리 결론을 낼 문제가 아니다.
92년 3월 발족된 고속철도공단의 조직이나 구성을 보면 경부고속철도의 부실이 왜 이토록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방만과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최첨단의 기술을 다루는 공단의 관리인력 상당수가 대부분 첨단기술이나 관리능력과는 동떨어진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메워졌다. 그나마 고급 기술인력들마저 무책임한 관리와 내분 등으로 태반이 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몇몇 부서의 경우 간부인력의 반 이상이 공석이 돼있다는 보도에 접하면서 아연해 할 수 밖에 없다.
당초 5조8,000억원으로 잡았던 건설비가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2002년으로 예상했던 완공시기마저 기약이 없게 된 마당에 현정부가 경부고속철도의 장래에 대해 새삼 서둘 일이 아니다. 대신 경부고속철도는 다음 정권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처리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백년대계의 대역사를 맡아 추진할 고속철도관리 조직은 최소한 총리직속 이상의 책임과 권한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역사를 챙기고 점검하는 대통령의 일관된 의지와 범정부적인 대응장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