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신탁계정이 주범”기아그룹이 일시적인 자금압박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기업부도의 원인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기아그룹은 『제2금융권의 급속한 여신회수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2금융권, 특히 종합금융사들을 자금난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기아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측도 『종금사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어음을 회수하면 버틸 기업이 없을 것』이라며 종금사들이 어음회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종합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종금사는 대부분 기업어음(CP) 중개업무만을 할뿐 실제로 여신을 회수하고 있는 측은 오히려 은행』이라고 반박했다. CP는 매입자가 아닌 종금사가 보관하게 돼 있는데 CP를 소유한 측이 대금결제를 요구하면 종금사로서는 은행에 지급제시할 수 밖에 없어 외형상 종금사들이 어음을 교환에 돌리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형부도사태이후 CP의 주된 매입처인 은행신탁계정이 CP매입을 극도로 꺼리는데다 보유중인 CP마저 조기 회수하려 들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종금업계의 시각이다. D종금의 한 임원은 『은행신탁계정에서는 기한을 연장하려면 종금사가 편법으로라도 지급보증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보증한도마저 소진돼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종금사로서는 결국 결제를 요구하거나, 부도를 내지 않으려면 자체적으로 CP를 매입해 기한을 연장해주는 수밖에 없어 오히려 부실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는게 종금업계의 하소연이다. 아시아자동차에 400억원대의 여신을 갖고 있는 C종금의 한 간부직원은 『여신 가운데 300억원 이상은 은행신탁계정 등에서 매입해간 금액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자동차의 자금악화설이 유포된 16일 이후 은행권에 지급제시된 총 CP액수 1,956억원 가운데 70%이상은 은행신탁계정이나 투신 등 제3자가 종금사를 통해 매입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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