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서 건져올린 한국의 서정/대리석조각 등 40여점 백상기념관 초대전으로/27일부터 내달 10일까지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서양화가 이필언(56)씨의 회화·조각전이 6월27일부터 7월10일까지 백상기념관 초대전으로 열린다.
이씨는 「담의 작가」로 유명하다. 우리 고유의 돌담을 조형공간으로 끌어들여 한국적인 서정을 그만의 언어로 표현해와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담은 현대회화의 특징인 평면성을 지니고 있다. 돌담에 드리워진 그림자나 돌담에 새겨진 무늬는 그 자체로 훌륭하게 구성된 공간이다. 무엇보다 돌담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 담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30여년간 담에 천착해 온 화가의 집념엔 깊이가 느껴진다.
이씨는 풍경과 그림자를 통해 돌담의 풍부한 서정을 담았던 시기, 원근을 무시하고 담 그 자체를 사실적으로 표현, 조형공간으로서 담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시기를 거쳤다. 80년대부터는 평면작업에서 조각으로 표현영역을 넓히고 비구상으로 선회하는 등 과감한 조형적 실험을 시도해왔다. 78년 프랑스 체류때 시작한 조각작업은 변화의 계기를 찾던 그에게 일종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초대전에 전시될 대리석 조각 작품은 30년에 걸친 이씨의 작업이 무엇을 지향해왔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하얀 대리석에 지극히 절제된 표현으로 새겨넣은 돌담의 무늬는 색채와 형태로부터 자유롭다. 걸러낼 것은 모두 걸러내고 가장 본질적인 것만을 남겨둔, 어떤 그윽한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초대전에는 대리석 조각작품을 비롯, 구성과 색채를 더욱 단순화해 표현의 원숙함을 보여주는 평면작품, 혼합재료를 이용한 부조작품 등 「담」 연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이씨는 76년 목우회 공모전 최고상을 시작으로 78년 르살롱 공모전 금상, 80년 국전 대상, 81년 생제르맹 데프레전 금상, 위마니테르 드 프랑스 그랑프리 등을 수상해 상복도 많다. 국내외에서 십여차례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지며 작품의 깊이를 더해왔다.<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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