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설·불황 겹쳐 자금난 심화/제2금융권 자금회수로 최근 계열사 잇단 부도위기/부동산 매각으로 7,950억 자구계획… 최악사태는 면할듯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이 23일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급하게 만난 배경은 그룹의 어려운 자금사정를 호소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로 계열 아시아자동차가 1차 부도위기를 두차례나 맞는 등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공장부지를 매각해서라도 부채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자구의지를 밝히고 『루머만으로 정상적 기업이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정부측의 적극적 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기아그룹은 자구계획과 관련, 4년전 매입한 광주직할시 소재 평동단지로의 공장이전계획을 2∼3년 앞당기는 대신 기존 광주공장부지와 (주)기산소유인 속리산부지 100만평 등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공장을 평동단지로 옮기고 기존 공장부지를 매각할 경우 5,200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는 등 부동산매각으로 7,950억원가량의 자구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측은 최근 자금난이 제2금융권의 갑작스런 자금회수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이날 김회장의 갑작스런 「과천행」은 『기업사정이 그만큼 어려워서가 아니라 정상화를 위한 마무리 수순』이라며 그 의미를 확대해석하지 말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김회장의 「과천행」은 『기아그룹의 어려움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 『어떤 방식으로 자생기반을 갖추겠다는 것인가』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기아그룹의 자금사정이 매우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정기업의 끊임없는 인수합병(M&A)설에 시달려오던 기아그룹은 자동차업계의 장기불황마저 겹쳐 이미 오래전부터 자금융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정부에 SOS신호를 쳐야할 만큼 자금난이 본격화한 것은 이달 16일께 부터. 주요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에 대해 종금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은 이날 800억원규모의 어음을 무더기로 교환에 돌린데 이어 지금까지 약 2,100억원대의 어음이 제2금융권으로부터 돌아왔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측은 제2금융권의 집중적 여신회수에 대해 「물품대금어음(진성어음) 외엔 결제해줄 수 없다」는 강경자세를 고수, 제2금융권도 어쩔 수 없이 돌린 어음을 스스로 회수해가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아시아자동차는 현재 겨우겨우 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제일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제2금융권이 어음을 돌리기 시작하면 5대 재벌도 버티기 어렵다』며 『기아가 재무구조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2금융권의 무차별적 여신회수만 없다면 자생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아의 금융권 여신규모는 현재 5조9,000억원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무오너그룹인 기아는 부도방지협약의 전제조건인 주식포기각서 요구대상이 없어 협약적용이 어려울 뿐 아니라 방산업체 특성상 법정관리도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분산기업의 상징성 ▲삼성그룹진출에 따른 자동차업계 분쟁 ▲국민경제적 비중등을 감안할 때 기아그룹은 어떤 형태로든 「최악의 사태」는 면할 것이란게 금융계의 관측이다.<이종재·이성철 기자>이종재·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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