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경선분위기가 정도 이상의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 대표의 사퇴문제를 놓고 벌이는 계파간의 다툼양상이 지금껏 우리가 그토록 비난했던 구태의 그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양상은 어느 의미에선 더 저급하다. 비록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정권이라고 해도 엄연한 집권당의 경선모습치고는 대단히 위험스런 수준이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그간 신한국당의 경선잡음에 대해 정당내부에선 있을 수 있는, 「통상의 범주」일 것으로 보고 가급적 언급을 자제해 왔다. 이는 한때 과열기미를 보이다가도 이내 이성을 회복, 훌륭한 경선을 치르고 또 결과에 흔쾌히 승복해 온 우리 정당사의 아름다운 전통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신한국당 사태는 그런 전통을 믿기엔 골이 너무 깊고 불신의 정도가 너무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과에 승복은 커녕, 경선전 탈당사태까지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자못 심각하다.
이대표에게 비판적인 정발협은 이대표의 대표직을 이용한 불공정사례를 공개, 대표직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대표는 대세몰이를 계속할 방침이다. 접점없는 평행선대치는 결국 파국밖에 없다. 정치권일각에서 벌써부터 신한국당의 내분이 결국 경선결과에 대한 승복불이행, 분당까지 예측하고 있는 분위기는 현재의 내분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 주는 증좌다.
반이진영의 주자들은 이 모든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이대표가 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분쟁의 불씨인 불공정경선시비가 경선주자의 한사람인 이대표의 대표직집착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공정경선 여부를 살펴야 할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에 대해 이대표측은 정발협 등의 현재와 같은 「대표몰아내기」방식은 공정 경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외압에 의한 퇴진」을 일축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제3자가 「감놔라, 배놔라」할 입장은 아닌 줄 안다. 하지만 집권당의 표류가 곧 국정의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신한국당의 경선시비가 하루 속히 종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이대표가 당대표로서 현사태를 슬기롭게 푸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길은 더 늦기전에 이대표가 스스로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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