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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고생 많았소”/투신자살 치매할머니의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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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고생 많았소”/투신자살 치매할머니의 유서

입력
1997.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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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혼자서 간병·살림/당신의 짐 덜수만 있다면”『젊어서 당신에게서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려 했는데 그게 그렇게 부담이 됐단 말이오』

23일 상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백병원에서 백발이 성성한 이영래(76·상계동 주공아파트 207동 1209호) 할아버지가 아내 김순전(76) 할머니의 영정을 부여안고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김할머니는 이날 상오 5시40분께 오랫동안 자신의 병수발을 해온 남편의 짐을 덜기위해 12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김할머니는 달력을 찢어 쓴 유서에서 『하나님, 이 죄인을 용서해주십시오. 여보, 간병하느라 고생이 많았소. 살림하랴 간병하랴 이러다간 당신이 먼저 쓰러지겠소』라고 적었다.

김할머니는 12년전 신장병으로 쓰러진후 6년전부터는 중풍을, 3년전부터는 치매증상까지 보였다. 투병이 시작된 이후 할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과 빨래를 손수했다. 건강을 되찾아 주려고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부축해 산책을 함께 하며 포기하지 말자고 서로를 다짐했다. 부부는 서울에 사는 두아들이 모시겠다고 나섰으나 짐이 되기 싫다며 17평 아파트를 고수했다.

그러나 올들어 병세가 극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이제 당신이 대소변도 받아내야 할 것 같소』라며 남편을 걱정했다. 할머니는 상오 5시께 할아버지가 아내의 쾌유를 빌기위해 새벽기도를 하러 교회에 간 사이 눈물로 유서를 쓰고 있었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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