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수 1,610명 전체의 13%/‘인물대결’보다 ‘계파대결’ 양상/부산 “정발협 선택따라 몰표 나올 것” 지배적/경남선 나라회도 상당한 기세 “팽팽한 대치”부산·경남은 흔히 PK라는 한 단어로 묶인다. 지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한묶음 아니냐는 규정들이다. 그러나 이번 신한국당 경선에선 부산과 경남지역이 반드시 함께 가리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적어도 현장에서 점검해본 대의원들의 표심만 놓고 따지면 부산과 경남 사이에는 상당한 정치적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부산과 경남을 구분짓는 선은 후보 개인에 대해 느끼는 호 불호나 친소가 아니란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이 둘 사이에는 당내 최대 계파로 발돋움한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와 그에 맞선 나라를 위한 모임(나라회)이 그어놓은 대치선이 뚜렷하다. 부산은 21명의 지구당위원장중 14명이 정발협에 가입해 있는 반면, 나라회 가입 인사는 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남은 전체 23명의 지구당위원장중 정발협 소속이 13명, 나라회가 9명(2명은 양쪽 가입)이다. 정발협과 나라회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할 경우 갈등과 반목이 빚어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지역정서, 대의원 표심, 지구당위원장의 「노선」사이에 일정한 괴리현상이 있다는 점이다. 지역정서상으로는 부산출신인 박찬종 고문이 타주자 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그러나 지구당위원장 가운데 박고문에게 「줄선」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밑바닥 민심과 지구당위원장 사이에 낀 대의원들은 모순과 괴리를 느끼고 있다. 여론상 우위가 표로 직결되지 못하는 박고문은 어쩔 수 없이 정발협과 나라회의 선택을 우군삼은 이수성 고문, 이회창 대표와 병렬선상에 놓여야 할 처지다. 부산지역의 대의원은 총 770명으로 전체의 6.2%, 경남지역 대의원은 840명으로 전체의 6.8%다.
▷부산◁
부산시지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부산은 몰표가 나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설사 김영삼 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지킨다고 해도 정발협의 선택이 곧 YS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고, YS를 욕하면서도 그에대해 「운명적」 애정을 가진 부산사람들은 정발협의 의사를 존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시지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싹쓸이는 힘들다해도 70∼80%가 정발협의 선택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은 어느 지역보다 지구당 위원장들의 대의원 장악도가 높은데, 정발협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지구당위원장들의 선택과 대의원들의 표심이 한 방향으로 쏠리게 되리란 것이다.
정발협의 선택이 부산지역 표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리란 점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정발협이 과연 특정후보를 「간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정발협 공동의장 서석재 의원의 지구당 조직부장 박일권씨와 김정수 의원의 지구당 조직부장 안승철씨는 『정발협은 특정후보를 반드시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정발협이 박찬종 고문 이외의 선택을 할 경우라도 대의원들의 압도적 다수가 정발협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정발협 소속 정재문 의원 지구당 사무국장 이정남씨는 『정발협이 쉽게 하나로 의견통일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고, 시의원인 유정동씨도 『정발협이 특정후보를 택하려 할 경우 내부적으로 와해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정발협과 대립관계에 있는 나라회 소속 유흥수 의원의 지구당 사무국장 박현욱씨는 『정발협이 부산지역의 대세를 좌우하리라는 점에 대해선 동의할 수 있지만 우리 지구당은 정발협과 상관없이 위원장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어떤 후보를 택하겠느냐는 물음에는 한결같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남◁
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후보는 이회창 대표, 박찬종·이수성 고문이다. 이인제 지사도 요즘들어 부쩍 오르내리고 있으나 표로 연결되기는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경남은 부산과 달리 정발협과 나라회가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부산지역의 지구당 당직자들이 대부분 민주계인데 반해 경남지역은 민정계 출신이 적지않다. 특히 운영위원장과 지역협의회장 등은 대부분 민정계다. 민정계가 주축이 된 나라회가 친이대표 성향인 점을 감안하면 이대표의 잠재적 지지세력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박고문은 부산과 마찬가지로 경남에서도 가장 많은 밑바닥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이를 표로 연결하지 못하는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도지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발협과 나라회가 대결하지 않고 지구당위원장들의 자유의사에 맡기면 이대표 지지가 가장 많이 나올 것』이라며 『특히 구 여권성향이 강한 산청, 거창, 합천, 진주 등 서부경남은 정발협이 특정후보를 밀 경우 「역의 선택」을 하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도지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여권 표는 속성상 세가 쏠리는 쪽으로 따라가게 돼 있다』며 『정발협이든 나라회든 세싸움에서 기선을 잡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상당부분 대세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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