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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없는 금융개혁 ‘잔치’/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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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없는 금융개혁 ‘잔치’/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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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융개혁안 최종안이 발표되기 전 이경식 한국은행총재는 금융개혁과정을 「잔치」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금융개혁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할 말을 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잔치처럼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금융개혁안을 놓고 튀어나오는 지금의 큰소리들은 과연 「잔치」라는 말에 손색이 없다.그런데 개방화와 자율화시대를 맞아 우리 금융의 자생력을 키워주자는데서 금융개혁이 출발했다면 잔치의 주인공은 당연히 일선 금융기관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재정경제원과 한은이 벌이고 있는 힘겨루기에 주인공의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다. 양쪽 모두 자신들의 입장이 금융계를 위하는 방안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모습이 마치 돌잔치 벌여놓고 아이는 한구석에 밀어둔채 어른들끼리 음식놓고 다투는 것 같다.

금융개혁 최종안 발표 며칠전 열린 한 토론회에서 한은 간부는 『한은은 시중은행의 자상한 가정교사』라고 말했다. 토론상대자였던 재정경제원의 간부는 이에 맞서 재경원안이 「수검자(금융기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금융권인사들은 예외없이 쓴 웃음을 지으며 금융계에 대한 통제를 놓지 않으려는 재경원의 구태를 지적한다. 「영원한 상전」이었던 한은이 관치금융에 맞서는 정의의 투사인양 하는 것도 마땅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당당하게 표출되지도, 금융개혁안 입안과정에 반영되지도 못하고 있다. 회원사를 대변한다는 은행연합회나 종금협회같은 조직조차 아무런 말이 없다. 95년 2차 한은법 파동당시 「어쩔 수 없이」 재경원입장에 찬성하는 성명을 냈다가 한은에게 「박살이 난」 경험에서 우러난 처세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자신들의 앞날을 다루는 금융개혁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한데도 「이긴 편이 우리편」원칙만을 고수하고 엎드려 있는 우리 금융계의 모습에서 고질화된 관치금융의 폐해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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