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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갑 대구시장(각계인사에 듣는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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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갑 대구시장(각계인사에 듣는다:9)

입력
1997.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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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부터 뿌리뽑아야”/“실질 지원통해 중기 경쟁력 키워야 활력회복/황금만능 풍조 바로잡고 기능인 우대하도록”6공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문희갑 대구시장은 수석재임 당시 『이미 오늘날의 난국을 예상했었다』며 『난국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사회에 오랫동안 뿌리박힌 정경유착』이라고 못박았다. 문시장은 그러나 현재 우리경제는 그리 우려할만한 위험수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 위기감은 지난 20여년동안의 고속성장에 비해 최근 성장속도가 크게 무뎌졌는데 반해 우리보다 크게 뒤처졌던 후발개도국들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빨라진데 따른 상승작용때문』으로 진단하고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정경유착 근절 ▲금융독립 ▲고비용문제 해소 등 단호하면서도 차근히 문제점을 해결해 간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분명 밝다고 확신했다.<편집자 주>

―최근들어 개선조짐이 나타나고 있긴 합니다만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직접 이끈 경험을 가진 경제전문가로서 현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지도력부재입니다. 국가의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국가발전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가지도자가 반드시 탁월한 영도력를 갖춰야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뚜렷한 철학을 갖고 얼마나 일관성있게 정책을 추진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쉬운 예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보십시오. 각종 스캔들로 하루도 조용할 때가 없지만 정책만큼은 일관성있게 지속함으로써 취임 3∼4년후부터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미국경제가 뚜렷이 살아났습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각료가 업무를 파악할 만하면 교체됐고 당연히 정책도 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국정지도력이 실종돼온 셈이죠.

다음은 정경유착입니다. 이는 현 우리 정치·경제몰락의 주범입니다. 정경유착은 자본주의국가 어디에서나 있었습니다. 제2차대전이후 이 굴레에서 벗어난 국가는 모두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정경유착의 최대 병폐는 정치 등 경제외적인 요인이 시장원리를 파괴한데 있습니다.

세번째로 사회가치관 붕괴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경제제일주의에만 치중하는 사이 사회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가 생겨났고 이는 국민들을 황금의 노예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주변을 한번 보십시오. 국민학교선거에도 돈을 뿌립니다. 교수는 물론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채용에서도 공공연히 돈이 오간다고 합니다. 공무원범죄 한탕주의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기승을 부리는 각종 범죄와 무질서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지고 보면 모두 황금주의가 주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경제의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문제로 나눌 때 과거에는 내적인 문제에 비중이 높았다면 지금은 외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점입니다.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인 92년 저술한 「경제개혁이 나라 살린다」에서 다음 세가지를 해결하지 않고는 결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으며 조만간 오늘날과 같은 난국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첫번째가 앞서 언급했던 정경유착입니다. 두번째는 난마처럼 얽혀있는 각종 행정규제입니다. 여기에는 이를 반대하는 관료주의 등 엄청난 저항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도자의 결단이 요구되는 부분이죠.

마지막으로 토지이용문제입니다. 현재 우리경제의 최대 문제점인 고비용의 3대 요소인 지가 금리 임금중 금리가 내적인 경제문제라면 지가와 임금은 고비용을 타파하기 위해 외적인 결단으로 우선 해결해야 할 요소라고 봅니다. 즉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의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그린벨트문제입니다. 그린벨트의 경우 심각한 용지난을 겪고있는 전국 주요도시 면적의 40∼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 그린벨트중 20%가량만 그린벨트의 기능을 할뿐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린벨트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 이용률을 높여나간다면 고지가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봅니다』

―고임금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임금문제는 기능인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연관이 있습니다. 기능인과 기술인을 우대하고 이들이 보람을 느끼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우리는 현재 공부 잘하는 학생은 무조건 인문계로 진학, 고시에 매달립니다. 우리는 얼마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시대라고 자랑했습니다만 지금은 원가절하로 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소득이 4∼6배나 많은 스위스 독일 등 서구 선진국을 한번 보십시오.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가 자신의 아들이 직업학교에 진학한 사실을 공공연히 자랑한다는 사실을 우리 현실에서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값싼 외국인근로자를 데려오는 등 야단법석을 떨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농공상의 사상을 고치지 않고는 첨단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이 될 향후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현 경제위기가 문민정부의 실정이라기보다는 5·6공의 군사정권 당시 사회전반에 잠재했던 부조리가 누적돼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논리에 의하면 6공 당시 실질적인 경제책임자이신 문시장께서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입니다만.

『한마디로 변명에 불과합니다. 물론 정경유착 등과 같이 우리사회에 뿌리박혀있는 고질병들이 그대로 넘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같은 문제해소나 확산방지를 위한 현정부의 노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를 더욱 악화시켰죠. 대표적인 사례가 한보사태입니다. 수서사건 등으로 이미 도덕성에 흠집이 난 문제기업에 그것도 국가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을 맡기는 우를 범했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신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큰 실정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경제각료만은 정책특성상 한번 임명하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사전에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하겠죠. 또 우리경제의 최대 고질병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경제정의실천에 실패했습니다. 경제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경유착문제를 상당히 강조하시는데 문시장께서 경제수석 재임시에는 왜 시정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당시 경제개혁없이는 더이상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경유착만은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생각, 대통령께 수차례 진언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부처 등의 비협조로 결국 실패했습니다』

―경제수석을 다시 맡으신다면 어떤 경제정책을 펴시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데 전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금융의 독립과 고비용해결에 주력할 것입니다. 우리 금융의 경우 지금까지 경제원리에 의해 운영되기보다는 정치와 기관의 원리에 지배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조차도 설 자리를 잡지 못했죠. 현재 우리 경쟁의 최대 문제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입니다. 특히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도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다는 것이죠. 경쟁력이 있는 벤처기업 등에 대해 현재의 형식적인 기술보증, 신용보증대출이 아닌 실제적이고도 대폭적인 자금지원을 할 것입니다. 이 경우 대상기업중 50%만 살아난다면 우리경제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활력을 되찾을 것입니다』

―민선단체장출범 2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관계 전문가들은 아직도 우리의 지방자치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지방자치제가 정착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저는 지자체가 성공했다고 평가합니다. 그 예로 임명직 단체장시절 단체장은 민을 우선시하기보다는 임명권자를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무엇보다도 민본주의가 자리잡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지자제가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권한의 과감한 지방이양이 시급합니다. 중앙정부는 이제 정책방향만 제시하고 나머지 모든 것은 자치단체에 맡겨야 합니다. 지금처럼 인사 예산 정책추진 등 핵심권한을 중앙정부가 사실상 관리하는 상황에서 자치제가 정착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 자치제이후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고 봅니다. 최대 부작용의 하나로 님비현상과 민선단체장들의 선심행정 등은 현 난국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입니다. 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고 봅니다.

『님비현상은 자치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국정운영능력부족에 따른 것입니다. 즉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자치단체에 그 책임을 떠 넘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위천국가공단입니다. 낙동강수질오염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중수도를 도입, 폐수를 한방울도 내보내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부산시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공단조성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자체 초기 자치단체간 갈등은 불가피합니다. 이 조정자역할을 정부가 해야하는데 팔짱만 끼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자치단체간의 소모적인 갈등을 조기에 단절하기 위해 준사법기구를 신설해 조정역할을 맡겨야 합니다. 선심행정은 낭비적인 요소를 없애고 시민들이 호응하는 정책으로 지양한다면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치제 제2기입니다. 제2기 자치제가 출범하면 단체장이 모여 보다 바람직한 지방자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을 든다면 무엇입니까.

『제가 경제전문가이기 때문에 경제대통령을 강조할 것으로 보지요. 아닙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붕괴한 사회질서를 재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사회질서가 바로 서면 경제는 자동적으로 살아납니다. 현 상황에서는 사회질서를 잡을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정부의 현 금융개혁안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관련 부처간의 밀실합의안이라는 점에서 저는 부정적입니다. 바람직한 금융개혁은 부처간에 권한을 나눠먹는 식으로는 절대 이룩될 수 없다고 봅니다』

―다가오는 21세기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아주 낙관적입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21세기 한국과 중국이 「G5」국가에 든다고 전망했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우수한 역량을 가졌기때문에 지도자만 제대로 나타나 제대로 이끌어만 준다면 우리 미래는 분명 밝다고 봅니다』<인터뷰=유명상 전국부 기자>

□약력

▲37년 대구 달성군 출생

▲60년 국민대 법학과 졸업

▲6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67년 제5회 행정고시 합격

▲72년 미국 테네시주립대(MTSU) 대학원 경제학과 수료

▲67∼82년 경제기획원 예산편성국장 예산실장 등 역임

▲85년 12대 민정당국회의원(전국구)

▲85∼88년 경제기획원차관

▲86년 남북경제회담 수석대표

▲88∼90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90년 제13대 국회의원

▲93년 미국 예일대 산림 및 환경대학원 객원교수

▲95년 대구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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