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정치특보 임명싸고 뒷말 무성… “김심 대리인 아닌가” 의심도김영삼 대통령이 21일 김광일 전 청와대비서실장을 정치특별보좌역으로 전격 임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임기를 8개월여 가량 남긴 김대통령이 해외순방 직전 서둘러 「정치특보」를 임명한 뜻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특보를 발탁한 목적이나 형식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김특보 임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김대통령이 임기말 마지막 과제인 정치개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김대통령은 김특보가 재야와 야당 생활을 해 야권인사들도 두루 알기 때문에 개혁입법을 추진하는데 적격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대변인 등의 말은 수사적 표현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특보는 임명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대통령이 「정치분야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말씀을 하셨을 뿐 특정분야에 한정해서 일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의 역할과 임무가 「정치개혁 입법 추진」으로 제한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특보의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보좌의 방향과 내용에 따라 청와대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수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정치인 출신인 김용태 비서실장과 강인섭 정무수석이 맡아온 정치업무에 상충이 생기면서 적지않은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대통령이 『정무보좌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특보의 등장과 함께 청와대는 미묘한 기류가 흐를 전망이다. 특히 김특보가 모양내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임기말에도 여론을 의식한 정치이벤트를 꾸미려 할 경우 내부 조화가 주목된다.
여권에서는 김대통령이 김특보 기용으로 경선과정에서 더욱 의심을 받게 됐다고 분석한다. 「엄정중립」을 선언한 김대통령이 굳이 이 시점에 정치특보를 둘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특보가 대선예비후보들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정중립」의 의지는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가의 진단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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