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담배업계가 37개 주정부와 개인 및 단체가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 금액을 금연운동과 흡연으로 인한 질병치료 기금으로 출연키로 한 것은 「금연」을 향한 대단히 의미있는 진전이다. 이에 따라 미국 3대 담배회사는 앞으로 25년간 무려 3,685억달러(약 331조원)를 공중보건과 금연운동 지원, 개인질병 보상기금 명목으로 지급하게 된다.클린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국(FDA) 권유에 따라 담배를 마약이라고 선언한바 있다. 담배와의 전면전 선포로 받아들여진 이 조치에서 우리는 담배의 해악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유럽연합(EU)은 2001년까지 담배광고를 전면금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마땅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들이다.
담배의 해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강에 해로움은 물론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연간 3조5,000억원이 넘는다. 정부가 발벗고 나서 금연을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마땅한 이유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가 담배 피우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숨기기 어렵다. 담뱃갑에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을 써넣고도 담배 생산과 판매권을 독점함은 물론, 담뱃갑을 이용한 광고활동까지 하고 있다. 국민건강 증진법이란 것을 만들었으면서도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담배가게나 자판기 등에서 누구나 아무 제약없이 담배를 살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구조를 보면 「담배피우기를 조장하는」 정부방침은 더욱 명백해 보인다. 갑당 40∼460원씩 붙어 있는 담배소비세를 지방재정 수입원으로 해주어 시장 군수들은 자기고장 담배팔기에 혈안이 돼 있다. 담배소비세가 시군재정의 16∼20%를 차지하기 때문인데, 50%이상을 여기에 의존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흡연대국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평판을 갖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5세이상 남자의 흡연율은 61%가 넘는다. 미국(28.6%) 프랑스(38.0%) 등에 비하면 엄청난 골초나라다. 그런데도 청소년과 여성층의 흡연율은 해마다 높아져 국민건강을 심각히 우려하게 한다.
이제 우리도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 때가 됐다. 노장층의 흡연감소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 증가일로인 여성과 청소년층 흡연에 대한 집중적인 금연 캠페인이 있어야겠고, 특히 청소년이 아무런 제약없이 담배를 살 수 있는 자판기는 제도적으로 금지돼야 한다. 이들의 흡연을 막을 길이 없으면 손에 넣기 어렵게라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민영화 될 때까지 담배전매수입의 일정액을 대대적인 금연교육에 사용토록 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흡연에 관대한 나라」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간판은 이제 더 이상 갖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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