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꺼리고 논문집필에만 몰두/공단방문후에 발전실감 토로/신문땐 “난 학자요” 거부반응도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가 중국 베이징(북경)을 거쳐 서울에 도착한지 2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 관계기관에서의 진술내용이 한차례 국회를 통해 알려졌을 뿐 황씨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과연 그는 목숨을 걸고 찾아온 서울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황씨는 지금까지 서울 시내를 몇차례 돌아봤으며 인천과 그밖의 지방 공단 등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공단을 다녀온 뒤 『한국의 경제발전을 몸으로 실감했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씨는 평소 외출하기를 매우 꺼려할 뿐 아니라 신문이나 TV에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인기 TV 드라마 「용의 눈물」 등을 시청할 것을 권유했으나 마다하고 온 종일 오로지 자신이 갖고 온 자료더미를 뒤지며 논문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아침식사를 빵 한 조각과 우유 한잔으로 때우는 등 철저한 절제생활로 학자적 풍모를 엿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함께 망명한 김덕홍씨가 무척 답답해 한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황씨는 자신이 북한에서 망명이냐 자살이냐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할때 김씨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며 그를 큰 은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황씨는 관계기관의 신문에 비교적 협조를 잘 하고 있으나 집중 질문을 하면 『나를 정보원으로 아느냐. 나는 단순한 탈북자가 아니라 학자』라고 공박하는 등 상당한 거부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는 『북한을 무조건 지원해서는 안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김정일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등 대북 강성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황씨는 망명때 갖고 온 「비상극약」을 내 놓지 않고 있어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은 황씨의 서울 도착때 신체검사 등 여러번의 기회를 통해 이 비상극약을 황씨로부터 격리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우리측 관계자들의 설득에도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어 극약문제는 황씨 신문과정에 적지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7월 베이징에서 김덕홍씨를 통해 한국인 사업가 이모씨에게 극약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으나 정확한 입수경위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한 관계자는 『황씨가 엄청난 얘기를 하지는 않았으나 실망스럽지 않은 수준의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안다』며 『적절한 시점에 황씨의 진술내용과 근황 등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의 기자회견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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