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덴버에서 20일 개막된 선진8개국 정상회담은 냉전종식후 미국의 세계 패권을 천명하는 자리라는 데에 정치적 의미가 있다. 군사력 뿐 아니라 미국은 지금 경제적으로도 2차대전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러시아군이 힘을 상실한 마당에 미국의 군사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하는 문제가 의회에서 예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될만큼 미군은 힘이 넘쳐나고 있다.
국내경제도 제조업 가동률 84%, 물가상승률 1.4%, 실업률 4.8%의 수치가 보여주듯이 성장·물가·고용안정의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세계총생산의 4분의 1을 미국인이 만들어 내고 있다.
어느 나라도 도전할 수 없는 이 막강한 군사·경제력이 앞으로 적어도 20년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학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21세기가 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시대로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다.
덴버회의는 종래의 서방선진 7개국회의(G7)에서 새로 러시아를 받아들여 8개국 정상회의(Summit 8)로 변모했다. 국제경제문제를 주로 논의하던 것이 정치문제로 비중이 옮겨졌다. 세계총생산의 1%(한국은 1.6%)에도 못미치지만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핵강국인 러시아의 가입 때문이다.
러시아의 참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방확대에 대한 정치적 보상이다. G7이 순수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주요 국제분쟁을 기왕 논의해 온 터에 냉전후에도 군사강국인 러시아가 빠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서방측이 인정한 결과다. 그것은 러시아를 배척하기보다는 유럽과 세계안보체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회의에서는 홍콩반환 이후의 인권보장, 중동평화협정 이행문제, 아프리카 민족분쟁과 함께 한반도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우리의 관심은 북한 식량지원문제와 남북대화, 4자회담에 대해 이 강대국회의가 어떤 모양으로, 얼마쯤의 강도로 한 목소리를 낼 것인가에 있다.
그 강도에 따라서는 북한에 무시할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협상이 강대국 여론을 업고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 역시 이같은 흐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회의는 통화통합문제를 매듭지은 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회담 결과를 검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달러에 맞설 세계 기축통화를 바탕에 깔고 하나로 묶인 유럽은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할 배타적 정치·경제 블록으로서 역외 각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만 매달려 있어도 되는 것인지 전략적인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G8 덴버정상회담은 이제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열강이 모두 모인 자리다. G8회의의 결론이 곧 세계의 정치·경제를 지배하게 된 셈이다. 아직도 분쟁과 가난에 허덕이는 지역에 대한 지원과 평화유지에 그 힘을 모아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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