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나하고 손잡자”

◎연대의사 처음 밝혀 박찬종·김덕룡씨 염두둔듯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당내 다른 대선주자와의 연대의사를 밝혔다. 이대표는 20일 취임 100일에 즈음한 기자간담회에서 『누구와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정치인으로서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안팎에서 이대표도 일정 시점에서는 연대모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본인의 명시적 입장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표는 최근 급템포를 타고 있는 반이진영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대표 대 반이대표」의 경선구도가 전당대회까지 그대로 이어질 경우 이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 결선투표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내심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연대의 문호를 열어놓음으로써 반이진영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아직 특정주자를 대상으로 한 연대작업을 구체화하지는 않고 있다. 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싸고 다른 주자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대표측은 향후 반이진영의 연대방향이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대표가 파고들 수 있는 내부의 「틈새」가 필연적으로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표가 간담회에서 박찬종 이한동 고문과 김덕룡 의원의 「3인 연대」에 대해 『나를 반대하기 위한 모임은 아닐 것』이라며 포용적 자세를 보인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대표측이 1순위로 꼽고 있는 연대파트너는 박찬종 고문이다. 박고문과의 연대는 이대표의 영남권 기반을 다져주는 동시에 본선승리까지 확실히 담보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대표측의 기대다. 두번째는 김덕룡 의원과의 제휴로 당내 대세를 굳히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들과의 연대명분은 이른바 「개혁지향세력 연합론」이다.

이대표는 이들에게 이미 제시한 책임총리제보다 진일보한 권력분산카드를 제시, 경선전 연대가능성을 타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결선투표에서 이대표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유성식 기자>

◎일문일답/“주자들 총재뜻 알고 행동해야”

―대표직문제를 대통령의 해외순방후 대통령과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19일 청와대 주례보고 발표내용은 7월초에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의미인가.

『말 그대로 해석해달라. 그때가서 처리하겠다』

―다른 대선주자들이 여전히 이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당원으로서 총재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박찬종·이한동 고문과 김덕룡 의원의 연대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그분들이 나를 반대하기 위해 모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작은 분들이 아니다. 정치인이 의견교환을 위해 모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수성 고문은 탈당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

『이고문의 발언은 깊은 생각이 아니라 가벼운 기분에서 나온 얘기라고 본다. 경선은 대선승리에 궁극적 목적이 있는 만큼 탈당운운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정발협과 나라회가 특정주자에 대한 지지표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발협이든, 나라회든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지지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총재도 그런 행위가 분파적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양쪽 모두 제대로 처신해줄 것을 기대한다』

―지역별 위원장모임을 통한 특정주자 지지표명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각각 같은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식사를 함께 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일을 두고 공정성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